눈 시린 조팝나무
김 재 황
물오른 가지미디 힘을 쓰면 싹이 깨고
부스스 눈을 뜨는 빳빳하다 곧은 성깔
바다로 모험의 흰 돛 자랑스레 펼친다.
맞으니 기쁜 날에 밀어내듯 깃을 달고
움츠린 구름 위로 춤을 밟듯 날아가면
하늘에 흰 물새 떼가 자욱하게 머문다.
어렵게 사는 목숨 지나치듯 부는 바람
가슴에 푸른 소식 아직 닿지 않았는데
숨소리 가늘게 열고 흰 눈송이 흩는다.
[시작 메모]
조팝나무는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튀긴 좁쌀’을 붙여 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이름을 얻었다. 내 어릴 때에 좁쌀을 튀겨먹은 기억도 있다. 그런가 하면, 흰 꽃이 너무 눈이 부셔서 때늦은 눈이 내린 것 같기도 하다. 조팝나무는 늦은 봄이 되면 잎이 막 피어나려고 할 때를 맞춰서 어디서나 새하얀 꽃을 무더기로 피운다. <동의보감>에 조팝나무 뿌리를 상산(常山) 또는 ‘촉칠’(蜀漆)이라고 하는데 “학질을 낫게 하고 가래침을 잘 밭게 한다.”라고 했다.
누군가 “시조는 창(唱)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답답하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논어 위정11)이라는 말을 아는가? 여기에서 ‘온’(溫)은 ‘끓여 익혀서 잊지 않는다는 뜻’이고 ‘고’(故)는 선인들의 학설과 과거의 사상‘을 말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사실과 학설 등(고시조)을 끓여 익혀서 현실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학설과 방법 등(현대시조)을 발견하여 알아 나가야 한다. 윤재근 교수는, ‘시조는 입으로 읽으면 그냥 절로 읊어지는 가시(歌詩).’라고 했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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