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
김 재 황
뿌리가 튼튼해야 그 줄기가 힘 있음을
배우지 않았다고 모를 리는 없을 테지
골짝을 끌며 오르는 덩굴나무 널 본다.
셋이서 함께 가니 잎들이야 안 외롭고
떳떳이 하늘 높이 치켜드는 자줏빛 꽃
속껍질 질긴 이름을 가슴으로 또 왼다.
우리가 어렵사리 얻은 길을 어찌 갈까
끝날 때 덧없다고 가슴 치지 않으려면
이 목숨 저리 뜨겁게 불태우고 떠나리.
[시작 메모]
‘칡’은 원래 ‘츩’에서 왔다고 한다. 생각건대 ‘츩’은 그 어원이 ‘츨하다’에서 왔을 듯하다. 이 말은 현재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다는데 ‘미끈하게 잘 자라서 길차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길차다’라는 말은 우리 국어사전에도 들어 있다. 그 뜻은 ‘이주 미끈하게 길다.’라는 뜻이다. 칡은 그 줄기가 미끈하고 길지 않은가. 칡 줄기의 속껍질은 질긴 섬유로 이루어져 있다. 갈피’(葛皮)라고 하면 ‘청올치’를 가리킨다. 이것으로 끈을 만들어서 썼고, 벽지를 만들기도 했다.
적어도 지식인이라면, 아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시조 한 수쯤은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면 시조 짓기를 매우 어렵게 생각하겠지만, 우리나라에 태어나서 우리의 생활과 풍습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시조를 아주 쉽게 익힐 수 있다. 왜냐하면, 시조야말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일상에서 ‘깎고 갈고 다듬고 간추려 온 틀’이요 숨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절로 발걸음이 자기 집으로 옮겨지듯이 시조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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