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으로 살다가
김 재 황
내 목숨 다하여 눈을 감으면
사람은 다시 말고 숲속으로 들어가서
잘난 맛에 뒤집히는 얼레지나 될까,
실바람 한 입 머금은 현호색이나 될까,
허공에 글씨 쓰는 금붓꽃이나 될까,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노루귀나 될까,
짝사랑에 목이 메는 설앵초나 될까,
웃음을 참지 못하는 동의나물이나 될까,
오랜 벗을 기다리는 초롱꽃이나 될까,
옛이야기 주워 모은 금낭화나 될까,
자나 깨나 하품 여는 참배암차즈기나 될까,
그렇게 또 한세상 숨어 살다가
그 한목숨 또 다하고 하늘로 돌아가서
밤이면 피어나는 달의 꽃 되리라.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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