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을 오르면
김 재 황
거기, 고요가 살고 있다.
해묵은 기침 소리 모두 잠재우고
두툼한 햇솜 이불 넓게 깔아놓은 채
하얀 숨결이 날개를 접고 있다.
낮아서 더욱 아늑한 자리
시린 바람 불어와서 한껏 자유로운 곳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고
만지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분의 결코 안 늙는 사랑
졸고 있는 산봉우리 멀찍이 세워두고
거기, 씨암탉 같은 고요가
온 우주를 가만히 품고 있다.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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