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안개
김 재 황
어둠이 걷히는 산봉우리에
숨결 더운 안개가 깔리고 있다
하늘에 사는 별빛
숲에 내려 눈물처럼 맺히고,
밤새 나눈 이야기
잎에 떨어져 꿈처럼 젖고 있다
고요한 길을 밟고 와서
외로운 창문을 두드리는 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오를수록 험한 산골짜기라도
맨발로 뛰어 올라가서
안개 속에 몸을 묻고 싶다
내 앞을 가로막는 절벽이라도
맨손으로 기어 올라가서
신비로운 그 품에 안기고 싶다.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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