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펄 앞에 서서
김 재 황
칠게들이 분주하다,
연신 진흙을 집어다가 입에 넣는다
마파람이 불자, 온갖 목숨의 냄새가
뱃고동을 타고 운무처럼 번진다,
꼬막이 혀를 내밀다가 얼른 감춘다
짱뚱어가 지느러미를 세우고
뒹굴며 마냥 마사지한다,
해오라기 몇 마리가 날아와서
탱고의 스텝을 신이 나게 밟는다
이따금 여린 가슴을 열어젖히고
갑갑하다는 듯 깊은숨을 내쉬는 펄이여
누구든 짙은 이 마음을 탐하지 마라
젖은 옷도 벗기지 마라
그대로 조용히 누워 있게 둬라.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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