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달
김 재 황
여전히 바로 그 자리에
둥근 보름달 하나 열려 있다
창밖에 일그러진 반달이 떴다가 지고
성난 초승달이 종종걸음쳐도
이십여 년 전 모습 그대로
환한 보름달 하나 매달려 있다
사랑아, 이렇듯 모진 세상을 살면서
네가 어찌 보름달처럼 둥글기만 했으랴
향기롭기만 했으랴
그러나 나는 기쁘게 바라보는 눈길
풀 수가 없다 멈출 수가 없다
설령 그대가 일그러진 반달을 꿈꾸고
초승달의 종종걸음을 흉내 낸다 하여도
나는 결코 눈을 떼지 않으리
한 번 내어준 이 하늘에
영원히 보름달로 피어 있게 하리.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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