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무늘보
김 재 황
그동안 뭐가 바빠 그리 줄곧 뛰었을까,
내 마음 빨리빨리 끄는 대로 따랐지만
오늘은 아주 느리게 걸어 보고 싶구나.
가는지 안 가는지 느릿느릿 이끼 피게
보는 이 답답해서 앞가슴을 마구 치게
나 또한 나무늘보가 되어 보고 싶구나.
이 땅이 날아가랴 저 하늘이 무너지랴,
보채는 그 바람을 대숲에다 묶어 두고
이따금 엉뚱한 길로 빠져 보고 싶구나.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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