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65장, 예전에 삶의 길을 잘 걸어간 사람은(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5. 19:38

베풂- 제65장

예전에 삶의 길을 잘 걸어간 사람은





 예전에 삶의 길을 잘 걸어간 사람은 그로써 나라 사람을 약삭빠르게 만들지 않고 그로써 고지식하게 만든다.
 나라 사람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 꾀가 많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꾀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나라의 도둑이고, 꾀로써 나라를 다스리지 않는 것은 나라의 기쁨과 즐거움이다.
 이 두 가지를 아는 것이 또한 잣대가 된다. 늘 그러한 잣대를 아는 것, 이를 가리켜서 ‘거무레한 베풂’이라고 일컫는다.
‘거무레한 베풂’은 깊고도 멀며 여러 가지 것과 함께 돌이킨다. 그런 후에야 큰 좇음에 이른다. 

古之善爲道者 非以明民 將以愚之. 民之難治 以其智多. 故以智治國 國之賊 不以智治國 國之福. 知此兩者 亦稽式 常知稽式 是謂玄德. 玄德深矣遠矣 與物反矣 然後乃至大順
(고지선위도자 비이명민 장이우지. 민지난치 이기지다. 고이지치국 국지적 불이지치국 국지복. 지차양자 역계식 상지계식 시위현덕. 현덕심의원의 여물반의 연후내지대순)


[뜻 찾기]
 ‘고지선위도자’(古之善爲道者)에서 ‘선위도자’는 ‘길(道)을 체득하여 잘 행하는 사람’을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비이명민’(非以明民)에서 ‘명민’은 ‘백성을 밝은 사람으로 만든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명’은 ‘교사(巧詐)한 것을 자주 보아서 그 순박(淳樸)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나는 이를 ‘약삭빠르다’라고 풀었다. 물론, ‘명’을 ‘지혜 있다’라든가 ‘똑똑하다’라는 등으로 풀기도 했으나 내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또, ‘장이우지’(將以愚之)에서 ‘우지’는 ‘어리석게 만든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참되고 순박한 상태’를 이른다고 한다. ‘우’는 ‘어리석다’ ‘우직하다’ ‘나’ 등을 나타낸다. 나는 그중에서 ‘우직하다’를 골라서 ‘고지식하다’라고 풀었다.
 ‘이기지다’(以其智多)에서 ‘지다’는 ‘지혜가 많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는 ‘꾀’나 ‘모략’ 등의 뜻도 지닌다. 그래서 나는 ‘꾀가 많음’이라고 했다. 여기에서의 ‘꾀’는 ‘얕은꾀’를 말한다.
 ‘역계식’(亦稽式)에서 ‘계식’은 ‘고금의 버릴 수 없는 법칙’이나 그냥 ‘법칙’ 또는 ‘표준’을 이른다고 한다. 나는 ‘표준’을 골라서 ‘잣대’라고 풀었다. 그리고 ‘시위현덕’(是謂玄德)에서 ‘현덕’은 앞에서 여러 번 소개되었다. 나는 그대로 ‘거무레한 베풂’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시원하고 오묘한 베풂(德)’이라고 풀이하곤 한다. 
 ‘여물반의’(與物反矣)는 ‘만물과 함께 참된 근원에 복귀한다.’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이는, 왕필(王弼)의 설이다. 나는 그저 ‘여러 것과 함께 돌이킨다.’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연후내지대순’(然後乃至大順)에서 ‘대순’은 일반적으로 ‘커다란 길(道)의 작용에 순응하는 경지’를 가리킨다고 한다. 나는 이를 ‘큰 좇음’이라고 했다. ‘순’은 ‘순하다’ ‘온순하다’ ‘좇다’ ‘잇다’ ‘차례’ 등의 뜻을 지닌다.


[나무 찾기]
 ‘현덕 심의원의’(玄德 深矣遠矣, ‘거무레한 베풂’은 깊고도 멀다.)에서 나는 불현듯 ‘옻나무’(Rhus verniciflua)를 생각한다.

서서히 어둠 내리듯 잦아든 아픔 있나니
검은 관 일어서고 나전칠기 얼굴 씻고
이처럼 안 썩는 것은 그 큰 베풂 때문이리.
-졸시 ‘옻나무’ 전문

 옻나무는 ‘옻을 채취하는 나무’라는 뜻이다. ‘옻’이란, ‘옻나무의 독기’를 이른다. 즉, 옻나무 진이 몸에 묻으면, ‘옻나무 속에 있는 우르시올(urushiol)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한다. 그 증세는, 살갗이 빨갛게 붓거나 물집이 생기거나 하여 매우 가렵다. 나는 어렸을 적에 옻이 올라서 고생한 경험이 있다.
 이 옻을 칠하면 그 빛깔이 깊고도 멀다. 그야말로 ‘현덕’(玄德, 거무레한 베풂)의 빛깔이다. 옻나무의 베풂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진다.
 옻나무는 중국 원산으로 아주 오래전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고 한다. 지금은 야생 상태로 널리 퍼져 있다. 중국에서는 ‘칠수’(漆樹)라고 부른다. 갈잎중키나무로, 높이는 12미터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백색을 띠며 곧게 올라간 다음, 가지를 층층이 수평으로 벋는다. 7~11개의 작은 잎으로 된 홀수깃꼴겹잎이고, 잎은 달걀꼴 또는 길둥근꼴이며 그 가장자리에 톱니는 없다. 암수딴그루로 오뉴월에 녹황색 꽃이 원뿔 꽃차례로 잎겨드랑이에서 핀다. 10월에 편원형(扁圓形)인 핵과(核果)가 연한 황색으로 익는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이북에 나는 옻나무는 비교적 키가 크다고 하며 이남에 자라는 옻나무는 키가 작고 가지가 많다고 한다. 경북의 안동, 강원도의 원주, 함남의 신흥, 평북의 태천, 평남의 성천, 경북의 경주와 문경, 전남의 곡성과 화순과 나주, 경남의 함양, 충북의 옥천 등이 유명한 옻나무 산지로 알려져 있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