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제66장
강과 바다가 익숙하게 잘
강과 바다가 익숙하게 잘 온갖 골짜기의 왕이라는 것이 될 수 있는 까닭은, 그 잘 낮추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익숙하게 잘 온갖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거룩한 이’는, 나라 사람보다 위에 있고자 하면 반드시 말로써 낮추어야 하고, 나라 사람보다 앞서려고 하면 반드시 몸으로써 뒤로 가야 한다.
그러므로 ‘거룩한 이’가, 위에 머물러도 나라 사람이 무거워하지 않고, 앞에 머물러도 나라 사람이 거리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하늘 아래가 기꺼이 받들고 싫어하지 않는다.
그 다투지 않음 때문이다. 그 까닭에 하늘 아래가 익숙하게 잘 함께하여 다툴 수가 없다.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是以聖人 欲上民 必以言下之 欲先民 必以身後之. 是以聖人 處上而民不重 處前而民不害. 是以天下 樂推而不厭. 以其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 고능위백곡왕. 시이성인 욕상민 필이언하지 욕선민 필이신후지. 시이성인 처상이민부중 처전이민불해. 시이천하 낙추이불염. 이기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뜻 찾기]
‘백곡왕자’(百谷王者)에서 ‘백곡’은 ‘모든 골짜기의 냇물’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리고 ‘왕자’는, ‘천하의 백성들이 돌아가는 곳’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백곡왕자’를 ‘온갖 골짜기의 왕이라는 것’이라고 풀었다. 또, ‘이기선하지’(以其善下之)는 ‘그 아래에 잘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그 잘 낮추기 때문’이라고 풀었다.
‘욕상민’(欲上民)은 ‘백성들의 위에 서고자 함’의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욕선민’(欲先民)에서 ‘선민’은 ‘백성들보다 앞서는 것’이나 ‘먼저 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나는 ‘앞서는 것’을 택했다.
‘처상이민부중’(處上而民不重)은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백성이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음’이라는 풀이가 일반적이다. 나는 이를 ‘위에 머물러도 나라 사람이 무거워하지 않는다.’라고 쉽게 풀었다.
‘낙추이불염’(樂推而不厭)에서 ‘추’는 일반적으로 ‘추대하다’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추’는 ‘옮다’ ‘변천함’ ‘밀다’ ‘천거하다’ ‘받들다’ ‘궁구하다’ 넓히다‘ 꾸짖다’ ‘힐난함’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이 중에서 ‘받들다’를 골랐다.
‘이기부쟁’(以其不爭)은, ‘성인의 정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길(道)에 따르는 것’이므로 ‘다투는 일이 없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막능여지쟁’(莫能與之爭)은 ‘그와 더불어 감히 다투지를 못한다.’라고 풀이되고 있다. ‘여’는 ‘주다’ ‘동아리’ ‘무리’ ‘함께하다’ ‘허락하다’ ‘편듦’ ‘참여하다’ ‘닮다’ ‘비슷함’ ‘기다리다’ ‘쓰다’ ‘모두’ ‘죄다’ ‘꾀하다’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이 중 ‘함께 하다’를 선택했다. ‘막능여지쟁’은 이미 앞의 제22장에서 소개되었다.
[나무 찾기]
‘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강과 바다가 익숙하게 잘 온갖 골짜기의 왕이라는 것이 될 수 있는 까닭은, 그 잘 낮추기 때문이다.)에서 나는 문득 ‘곰솔’(Pinus thunbergii)을 생각하게 된다.
제주도 삼천단의 오래 살아온 곰솔들
자그마치 그 나이가 6백 살이 된다는데
낮아서 한껏 펼쳐진 큰 바다를 안고 산다.
바닷바람 앞에 서서 씻고 씻은 몸뚱이들
건강하게 검어지니 흑송이란 이름 얻고
관음사 기우는 저쪽 긴 그림자 눕고 있다.
-졸시 ‘곰솔’ 전문
곰솔은 바다를 안고 사는 나무이다. 바닷바람과 염분에 강하기 때문에 주로 바닷가에서 많이 심어 키운다. 그 이름은, 나무껍질이 검다고 하여 처음에는 ‘검솔’이라고 불렀다는데, 그 후에 ‘검솔’이 변하여 ‘곰솔’로 되었다고 한다. 한자로는 지금도 ‘검은 소나무’라는 뜻으로 ‘흑송’(黑松)이라고 쓴다. 그런가 하면, ‘잎이 곰처럼 억세다.’라는 뜻으로 ‘곰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가 바닷바람을 좋아한다고 하여 ‘해송’(海松)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해송’은 일본식 이름이다.
이 곰솔은 가슴이 넓은 나무여서 바다 껴안기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바닷가에서 잘 자란다. 이 곰솔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남해안을 따라 동쪽과 서쪽에 좁은 면적으로 생육하고 있다. 그러나 전에는 홍도나 울릉도에 이 곰솔이 자생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림한 숲이 있어서 흑비둘기의 좋은 서직처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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