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제68장
선비 노릇을 잘하는 사람은
선비 노릇을 잘하는 사람은 굳세지 않고, ‘나라끼리 싸움’에서 잘 싸우는 사람은 성내지 아니하며, ‘서로 맞서는 사람’을 잘 이기는 사람은 함께 하지 않는다. 남을 잘 쓰는 사람은 아래가 된다.
이를 가리켜서 ‘다투지 않는 베풂’이라고 일컬으며, 이를 가리켜서 ‘남을 쓰는 힘’이라고 일컬으며, 이를 가리켜서 ‘하늘에 짝함’이라고 일컫는다. 예로부터의 용마루이다.
善爲士者 不武 善戰者 不怒 善勝敵者 不與 善用人者 爲之下. 是謂不爭之德 是謂用人之力 是謂配天 古之極
(선위사자 불무 선전자 불노 선승적자 불여 선용인자 위지하. 시위부쟁지덕 시위용인지력 시위배천 고지극)
[뜻 찾기]
‘선위사자’(善爲士者)에서 ‘사’는 여기에서 ‘군사의 지휘자’를 뜻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전사’(戰士)를 가리킨다고도 한다. 그러나 노자가 살았던 당시에 ‘사’는 ‘선비’라는 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 성싶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선비’는 ‘육예’(六藝)를 공부하였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육예’는 ‘예’(禮)와 ‘악’(樂)과 ‘사’(射)와 ‘어’(御)와 ‘서’(書)와 ‘수’(數)이다. 이 중에서 ‘사’(활쏘기)와 ‘어’(말 부리기)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과목이다. 다시 말해서 그 당시의 선비는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전사’로서 싸움터로 나가서 ‘전쟁에 쓰는 수레’를 몰거나 그 수레 위에서 활을 쏘며 싸웠다. 그리고 ‘불무’(不武)에서 ‘무’는 ‘무용을 부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왕필’은 ‘무’를 ‘앞을 다투어 나가서 적을 무찌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무’는 ‘무반’(武班) ‘굳세다’ ‘자랑하다’ ‘군인’ ‘전술’ ‘병기’ ‘자취’ ‘계승하다’ ‘무악(舞樂) 이름’ ‘악기 이름’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굳세다’를 골랐다. 또, ‘불여’(不與)는 ‘더불어 싸우지 않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대전(對戰)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는 말이란다. 그래서 어느 기록에는 ‘불여’가 ‘부쟁’(不爭)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여’는 ‘주다’ ‘동아리’ ‘무리’ ‘함께 하다.’ ‘허락하다’ ‘편듦’ ‘참여하다’ ‘닮다’ ‘깊다’ ‘기다리다’ ‘쓰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함께 하다’를 택했다.
‘시위배천’(是謂配天)에서 ‘배천’은 ‘하늘의 도리와 일치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고지극’(古之極)은 ‘옛날부터 내려온 길(道)의 극치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즉, ‘극’은 지고(至高)라는 뜻이고 ‘배’는 ‘짝한다.’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결국은 ‘지고한 하늘의 법칙에 일치한다.’라는 풀이라고 한다. ‘고지극’에서 ‘극’은 ‘다하다’ ‘지극하다’ ‘최고’ ‘극진하다’ ‘끝’ ‘극’ ‘한계’ ‘지경’ ‘빠르다’ ‘용마루’ ‘다다르다’ ‘매우’ ‘괴롭히다’ ‘세차다’ ‘잦다’ ‘재빠름’ 등의 여러 뜻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용마루’를 골라서 ‘고지극’을 ‘예로부터 용마루이다.’라고 풀었다. 이는, ‘배천’(配天)을 염두에 둔 선택이다.
[나무 찾기]
‘선용인자 위지하’(善用人者 爲之下, 남을 잘 쓰는 사람은 아래가 된다.)에서 나는 ‘눈향나무’(Juniperus chinensis var. sargentii)를 생각한다.
산정을 산바람이 네 굽 모아 내달리면
엎드려 숨죽이며 깨어 있던 그 눈빛들
부스스 머리를 들고 흰 구름을 바라본다.
온 밤을 지새우며 포복하는 끈질긴 삶
안개 낀 기다림이 추위 속에 저려 와도
단 한 줌 모은 빛으로 어두움을 쫓는다.
겸손히 몸 숙이는 너그러운 모습인데
열리는 이른 아침 피어나는 꿈을 안는
관용의 푸른 가슴에 메아리만 그득하다.
-졸시 ‘눈향나무’ 전문
눈향나무는, ‘누워 있는 향나무’라는 뜻이다. ‘향나무’라는 뜻은, ‘이 나무에서 향내가 나고 심재 조각을 제사용 향료재료로 이용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눈향나무를 정원에 심어 놓고 열심히 가꾼다. 눈향나무가 그리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게 된 이유는, 다만 이 나무가 낮게 누웠기 때문이다.
눈향나무는, 원줄기가 비스듬히 기울어지거나 바위에서 밑으로 처지며 자라는 고산성(高山性) 늘푸른잎떨기나무이다. 다시 말해서 한라산이나 지리산이나 소백산이나 설악산 등의 표고 700미터 이상 2300미터에 이르는 고산지대에 눈향나무가 살고 있다. 눈향나무는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고난의 세월을 견디느라고 몸이 그처럼 굽어졌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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