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제70장
내 말은 아주 알기 쉽고
내 말은 아주 알기 쉽고 마음먹은 대로 하여 나가기도 아주 쉽되, 하늘 아래에 익숙하게 잘 알지 못하고 익숙하게 잘 ‘마음먹은 대로 하여 나가지’도 못한다.
말에는 우두머리가 있고 일에는 임금이 있다. 무릇 오직 앎이나 배움이 없다. 그러므로 나를 알지 못한다.
나를 아는 사람이 드물고, 나를 본받는 사람은 빼어나다. 그러므로 ‘거룩한 이’는 거친 베옷을 입고 아름다운 구슬을 품는다.
吾言甚易知 甚易行, 天下莫能知 莫能行. 言有宗 事有君. 夫唯無知. 是以不我知. 知我者希 則我者貴. 是以聖人 被褐懷玉
(오언심이지 심이행, 천하막능지 막능행. 언유종 사유군. 부유무지. 시이불아지. 지아자희 칙아자귀. 시이성인 피갈회옥)
[뜻 찾기]
‘심이지’(甚易知)는 ‘아주 이해하기 쉬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심’은 ‘심하다’ ‘더욱’ ‘매우’ ‘무엇’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저 ‘아주 알기 쉽다.’라고 풀었다. 그리고 ‘심이행’(甚易行)에서 ‘행’은 ‘다니다’ ‘걷다’ ‘행하다’ ‘가다’ ‘지나다’ ‘흐르다’ ‘여행’ ‘행서’ ‘행위’ 등을 나타낸다. 나는 그중에서 ‘행하다’를 택하여 ‘마음먹은 대로 하여 나가다.’라고 풀었다.
‘언유종’(言有宗)은 ‘말에도 근원이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종’은 ‘마루’ ‘일의 근원’ ‘으뜸’ ‘근본’ ‘사당’ ‘가묘’ ‘종묘’ ‘갈래’ ‘우두머리’ ‘겨레’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우두머리’를 골랐다. 또, ‘사유군’(事有君)은 ‘모든 일에는 주재자가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모두 알다시피, ‘군’이란 노자가 살았던 그 당시의 군주(君主), 즉 ‘임금’을 가리킨다.
‘지아자희’(知我者希)에서 ‘희’는 ‘희’(稀)와 같아서 ‘드물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도 이를 따랐다. 그리고 ‘칙아자귀’(則我者貴)에서 ‘칙’은 ‘본받다’ 또는 ‘법칙으로 하다’ 등의 뜻이라고 한다. 나는 ‘본받다’로 하였다. 그리고 ‘귀’는 일반적으로 ‘귀하다’라고 쓰지만, 나는 ‘빼어나다’라는 뜻을 골라서 썼다. 또, ‘피갈회옥’(被褐懷玉)에서 ‘갈’은 ‘굵은 베옷’을 가리킨다. 즉, ‘갈’은 ‘거친 베옷’ ‘삼베 신’ ‘핫옷’ ‘솜옷’ ‘털옷’ ‘미천한 사람’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도 ‘거친 베옷’을 택했다. 그리고 ‘피’는 ‘이불’ ‘덮은 침구’ ‘잠옷’ ‘마치다’ ‘덮다’ ‘가리개’ ‘입다’ ‘피해’ ‘부상 등을 당하다’ ‘쓰다’ ‘당하다’ ‘두르다’ ‘긴 모양’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물론, 나는 그 여러 뜻 중에서 ‘입다’를 골랐다. 또, ‘회’는 ‘품다’ ‘품’ ‘품안’ ‘가슴’ ‘마음’ ‘정’ ‘길들이다’ ‘보내다’ ‘편안히 하다’ ‘싸다’ ‘둘러싸다’ ‘이르다’ ‘따르다’ ‘오다’ ‘이리로 옴’ ‘보내다’ ‘보내어 위로하다’ 등의 뜻이 있다. 여기에서는 ‘품다’가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므로 ‘피갈회옥’은 ‘남루한 옷을 입고 품에는 보옥(寶玉)을 품은 것’을 이른다고 한다. 이는, ‘성인은 가슴 깊은 곳에 훌륭한 도덕을 안고 있으나 겉으로는 어리석어 보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무 찾기]
‘천하막능지 막능행’(天下莫能知 莫能行, 하늘 아래에 익숙하게 잘 알지 못하고 익숙하게 잘 ‘마음먹은 대로 하여 나가지’도 못한다.)라는 문구에서 나는 불현듯 ‘닥나무’(Broussonetia kazinoki)를 떠올린다.
함박눈 쏟아져서 온갖 일을 다 감추고
순수한 차가움이 온 세상을 누르는데
저 홀로 화선지 위에 새로 그린 세한도여.
인조견 펼쳐져서 모든 꿈을 다 감싸고
깊숙한 고요함이 한세월을 훔치는데
달빛 밴 칭호지 위에 다시 보는 한반도여.
-졸시 ‘닥나무’ 전문
창문에 유리창을 만들어 놓으면 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아무것도 그 안에 감추기가 어렵다. 하지만 닥나무로 만든 ‘창호지’를 창문에 발라 놓으면 그 안의 상황을 익숙하게 잘 알기 어렵다. 그러므로 그 안에 있는 나를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른바, ‘불아지’(不我知)이다.
닥나무는, ‘닥을 얻는 나무’라는 뜻이다. 그리고 ‘닥’이란, ‘종이를 만들 수 있는, 질긴 나무껍질’을 가리킨다. 그래서 ‘한지’라고 말하면, ‘닥나무 따위의 섬유를 원료로 하여 우리나라 고래의 제조법으로 뜬 종이’를 일컫는다. 말하자면 ‘창호지’ 따위의 조선종이를 나타낸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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