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제71장
알면서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알면서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꼭대기이고,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게 앓음이다. 무릇 오직 앓음이 앓음이다. 그래서 앓음이 되지 않는다.
‘거룩한 이’가 앓음이 되지 않는 것은 그 앓음으로써 앓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앓음이 되지 않는다.
知不知 上 不知知 病 夫唯病病 是以不病.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지부지 상 부지지 병 부유병병 시이불병. 성인불병 이기병병 시이불병)
[뜻 찾기]
‘지부지’(知不知)는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그저 ‘알면서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풀었다. 그리고 ‘상’(上)은 ‘위’ ‘위쪽’ ‘꼭대기’ ‘높은 데’ ‘표면’ ‘거죽’ ‘임금’ ‘처음’ ‘앞’ ‘이전’ ‘옛’ ‘손위’ ‘존장’ ‘곁’ ‘오르다’ ‘탐’ ‘가하다’ ‘숭상하다’ ‘올리다’ ‘드림’ ‘간절히 바라건대’ ‘비싸다’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 중에서 ‘꼭대기’를 골랐다. 또, ‘부지지’(不知知)는 ‘모르면서 아는 체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이를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문득, 공자가 제자인 ‘자로’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공자는 말했다. “유야, 내가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게 아는 것이다.”」
공자의 말 중에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의 원문은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이다. 그리고 ‘이게 아는 것이다.’의 원문은, ‘시지야’(是知也)이다. ‘자로’라는 사람은 성이 ‘중’(仲)이고 이름은 ‘유’(由)이다. 그의 자(字)가 ‘자로’(子路)이다.
‘부유병병’(夫唯病病)에서 ‘병병’은 ‘병폐’나 ‘결점’ ‘잘못’ 등을 가리킨다고 한다. ‘병’은 ‘병’ ‘질병’ ‘병들다’ ‘앓다’ ‘괴로워하다’ ‘흠’ ‘결점’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앓다’를 골라서 ‘앓음’이라고 했다.
[나무 찾기]
‘부유병병 시이불병’(夫唯病病 是以不病, 무릇 오직 앓음을 앓음으로 안다. 그러므로 앓음이 되지 않는다.)에서 나는 문득 ‘무환자나무’(Sapindus mukorossi)를 생각한다. 그 앓음을 쓰다듬는 손을 생각한다.
무환자나무는, 중국 이름인 ‘무환수’(無患樹)에서 차용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환’은 ‘근심’ ‘고통’ ‘재난’ ‘근심하다’ ‘질병’ ‘앓다’ ‘미워하다’ 등의 뜻을 지닌다. 그중 ‘앓다’가 ‘병’(病)과 연결된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심으면 환(患), 즉 앓음 등이 자녀에게 미치지 않는다.’라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서서히 하루가 저물고 어둠이 다가온다.
몸속에서 땅은 멀어지고 오히려 하늘이 가까워진다.
할머니 따뜻한 손이 높은 곳에서 내려온다.
바람 소리로 와서 내 배를 쓰다듬는 무환자나무의 손
밤이 깊어도 별은 결코 나타나지 않는다.
-졸시 ‘무환자나무의 손’ 전문
그런가 하면, 옛날에 중국에는 ‘요모’(瑤眊)라는 유명한 무당이 살았는데, 그는 귀신에 홀린 사람을 이 무환자나무 몽둥이로 때려서 그 몸속의 귀신을 내쫓았다고 한다. 그래서 ‘귀신 들린 환자’를 이 나무로 낫게 했다고 하여 ‘무환자나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도 전한다.
무환자나무는 제주도와 전라도와 경상도 등의 남쪽 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이다. 갈잎큰키나무로서 높이가 20미터에 달한다. 잎은 어긋나는데 기수일회우상복엽(奇數一回羽狀複葉)이다. 다시 말하면, 잎은 긴 대궁에 작은잎이 양쪽으로 달린다. 잎의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5월 늦게 꽃이 적갈색으로 핀다. 꽃받침잎과 꽃잎은 각각 4~5개이다. 수꽃에 8~9개의 수술이 있고 암꽃에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둥글고 단단하다. 석과(石果)를 이루고 10월에 익는다. 열매의 밑쪽에 심피(心皮)가 붙어 있다. 그 열매 안에 검은 씨가 1개 들어 있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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