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72장, 두려움을 삼가고 근심하지 않으면(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8. 07:40

베풂- 제72장

두려움을 삼가고 근심하지 않으면





 나라 사람이 두려움을 삼가고 근심하지 않으면 끝내는 커다란 두려움이 이르게 된다. 그 있는 곳을 좁히지 않아야 하고 그 사는 곳을 싫어하지 않아야 한다.
 무릇 오직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싫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거룩한 이’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나타내지 않으며 스스로 아끼고 스스로 빼어나지 않는다. 그 까닭에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가진다.

民不畏威 則大威至. 無狹其所居 無厭其所生. 夫唯不厭 是以不厭. 是以聖人 自知不自見 自愛不自貴 故去彼取此
(민불외위 즉대위지. 무협기소거 무염기소생. 부유불염 시이불염. 시이성인 자지부자현 자애부자귀 고거피취차)


[뜻 찾기]
 ‘민불외위’(民不畏威)에서 ‘외’는 ‘두려워하다’ ‘경외하다’ ‘삼가고 조심하다’ ‘꺼리다’ ‘으르다’ ‘위협함’ ‘죽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삼가고 조심하다’를 골랐다. 그리고 ‘위’는 ‘위엄’ ‘세력’ ‘두려움’ ‘해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두려움’을 택했다. 여기에서 ‘외’와 ‘위’는 옛날에 통용(通用)한 글자로, 둘 다 ‘두려워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외위’(畏威)는 ‘두려워해야 할 것을 두려워하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위’는 ‘하늘의 위엄’이나 ‘통치자의 권위’를 가리킨다고도 한다. 그리고 ‘즉대위지’(則大威至)에서 ‘대위’는 ‘큰 환란’이나 ‘천벌’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 ‘무협기소거’(無狹其所居)에서 ‘협’은 ‘좁다’ ‘좁히다’ ‘좁아짐’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좁히다’를 골랐다. 그런데 어느 기록에는 ‘협’이 ‘압’(狎)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압’은 ‘익숙하다’ ‘능숙해지다’ ‘가깝다’ ‘친근함’ ‘소홀히 하다’ ‘가벼이 여김’ ‘업신여기다’ 등의 뜻이 있다. 이는, ‘백성의 거처나 행동을 속박해서는 안 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는 ‘환경’을 말함인데, ‘빈부’나 ‘귀천’이나 ‘궁통’(窮通) 등과 같은 것을 이른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무염기소생’(無厭其所生)에서 ‘생’은 ‘자신의 생활에서 당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는데, ‘노고’나 ‘안일’이나 ‘영화’나 ‘곤욕’ 같은 것을 이르는 것이라고 한다. ‘염’은 ‘싫다’ ‘미워하다’ ‘만족하다’ ‘물리다’ ‘덮다’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물론, 나는 ‘싫다’를 골랐다.
 ‘부유불염’(夫唯不厭)과 ‘시이불염’(是以不厭)에서 같은 ‘불염’인데, 일반적으로 앞의 ‘불염’은 ‘스스로 싫어하는 것이 없음’이라는 뜻이고, 뒤의 ‘불염’은 ‘남이 그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앞의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라고 했고, 뒤엣것을 ‘싫어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문맥으로 보아서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자지부자현’(自知不自見)에서 ‘현’은 ‘나타내다’라는 뜻이니, ‘스스로 자신을 과시(誇視)하지 않는 것’을 이른다고 한다.


[나무 찾기]
 ‘부유불염 시이불염’(夫唯不厭 是以不厭, 무릇 오직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싫어지지 않는다.)에서 나는 ‘백송’(Pinus bungeana)을 떠올린다.

대세를 거슬러서 자각의 침 치켜들고
저물어 가는 세상 탄식하며 깨운 세월
이 시대 앓는 숨소리, 그대 만나 듣는다.

켜켜이 떨어지는 일상의 편린을 모아
저승꽃 피워내듯 몸 사르며 걸어온 길
그대가 만난 발자취, 내가 지금 따른다.

뒤꼍의 외진 자리 이제 다시 찾아가서
남루한 입성 걸친 그림자를 밟고 서면
하늘에 오른 솜구름, 그대 닮아 보인다.
-졸시 ‘백송’ 전문

 모두 알다시피, 백송은 중국 북경을 비롯하여 중국 중북부 지방에 걸쳐서 자생하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사신으로 왕래하던 사람들이 들여와서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옮겨심기가 어렵기 때문에 널리 퍼지지 못했다. 다행히 주어진 환경에 적응한 몇 그루의 나무들이 크게 자라서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 백송들이야말로 ‘이 땅을 싫어하지 않았기에 싫어지지 않았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백송(白松)은, 글자 그대로 ‘흰빛의 소나무’라는 뜻이다. 나무껍질이 거의 흰 빛으로 얼룩얼룩한 데서, 또는 줄기 껍질이 벗겨져서 백색이나 회백색을 나타내는 데서, 그 이름을 얻었다. 그렇다. ‘백송’은, 나무껍질이 큰 비늘처럼 벗겨져서 흰빛을 내보인다. 말하자면, 얼룩을 만들면서 얇은 나무껍질이 떨어져 나간다. 그렇기에 외국에서는 이 나무를 가리켜서 ‘레이스박 파인’(Lacebark pine)이라고 부른다. 즉, ‘얼룩무늬소나무’라는 뜻이다. 한명(漢名)으로는 ‘당송’(唐松) ‘백골송’(白骨松) ‘백리송’(白裏松) ‘사피송’(蛇皮松) 등이 있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