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제74장
죽음을 삼가고 근심하지 않으면
나라 사람이 죽음을 삼가고 근심하지 않으면 어떻게 죽음으로써 겁이 나게 만들겠는가.
만약에 나라 사람이 늘 그러하게 죽음을 삼가고 근심하게 만들어 놓고, 속이기 잘하는 사람을 내가 잡아다가 죽인다면 누가 주제넘게 그리하겠는가.
늘 그렇게 죽임을 맡은 것이 있어서 죽이니, 무릇 죽임을 맡은 것을 대신하여 죽인다. 이를 가리켜서 ‘큰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벤다.’라고 일컫는다.
무릇 큰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베는 사람은 그 손을 다치지 않는 일이 드물다.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若使民常畏死 而爲奇者 吾得執而殺之 孰敢. 常有司殺者殺 夫代司殺者殺 是謂代大匠斲. 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
(민불외사 내하이사구지. 약사민상외사 이위기자 오득집이살지 숙감. 상유사살자살 부대사살자살 시위대대장착. 부대대장착자 희유불상기수의)
[뜻 찾기]
‘민불외사’(民不畏死)는 낯이 매우 익다. 그 이유는, 아마도 앞의 제72장에 ‘민불외위’(民不畏威)가 나왔기 때문일 듯싶다. ‘사’와 ‘위’만 다를 뿐이다. 이는 ‘나라 사람이 죽음을 삼가고 근심하지 않는다.’라는 풀이가 된다. 그런데 어느 기록에는 ‘민’ 다음에 ‘상’(常)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내하이사구지’(奈何以死懼之)에서 ‘구’는 ‘두려워하다’ ‘겁이 나다’ ‘위태로워하다’ ‘두려움’ ‘근심’ ‘걱정’ ‘으르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겁이 나다’를 골랐다.
‘이위기자’(而爲奇者)에서 ‘위기자’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이는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 또는 ‘사악한 짓을 하는 사람’ 등을 이른다고 한다. ‘기’는 ‘기이하다’ ‘기특하다’ ‘뛰어나다’ ‘거짓’ ‘속임’ ‘운수 사납다’ ‘몰래’ ‘느닷없이’ ‘홀수’ ‘한쪽’ ‘불운하다’ ‘실패’ ‘대단히’ ‘나머지’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속임’을 골라서 ‘위기자’를 ‘속이기 잘하는 사람’이라고 풀었다. 그리고 ‘숙감’(孰敢)은, 어느 기록에는 ‘숙감의’(孰敢矣)라고 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누가 감히 사악한 일을 하겠는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상유사살자살’(常有司殺者殺)에서 ‘사살자’는 ‘죽이는 일을 맡은 자’, 즉 ‘하늘을 가리킨 것’이라고 한다. 또, ‘시위대대장착’(是謂代大匠斲)에서 ‘대장’은 ‘큰 목수’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리고 ‘착’은 ‘깎다’ ‘베다’ ‘나무를 벰’ ‘새기다’ ‘아로새김’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나무를 벰’을 골랐다.
‘희유불상기수의’(希有不傷其手矣)에서 ‘희’는 ‘희’(稀)와 같은 뜻으로 ‘드물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희유’는 ‘있기 드물다’라는 풀이가 된다. 그러나 나는 그저 ‘있는 일이 드물다’라고 풀었다.
[나무 찾기]
‘부대대장착자 희유불상기수의’(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 무릇 큰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베는 사람은 그 손을 다치지 않기가 있기 드물다.)에서 나는 불현듯 ‘호두나무’(Juglans sinensis)를 생각한다. 아무래도 큰 목수가 베어야 할 나무라면 귀한 목재를 얻는 나무여야 하기 때문이다.
못 박혀 머문 시선 젖은 시름 우거져서
페르시아 먼 곳으로 펄럭이는 고국의 꿈
마주해 잎사귀 떠는 한도 많은 모습이여.
높고 푸른 마음 자락 모질게 흔드는 바람
해마다 목을 죄는 하늘 밖의 시린 서리
나이테 아프게 감겨 가슴팍이 굳어 있네.
딱딱한 표정 하나 두들겨서 껍데기 깨고
질척하게 젖은 달을 빈 가지에 달아매는
안으로 넉넉한 사랑 그 품성을 배우리.
-졸시 ‘호두나무’ 전문
호두나무의 목재는 색조가 좋고 가공성도 우수하다. 그렇기에 장식용 고급가구 재료로 이용된다. 그리고 재질이 좋아서 ‘기구’ ‘건축 내장’ ‘가구’ ‘기계’ ‘관재’ ‘조각’ ‘선반’ ‘공예’ ‘운동구’ ‘악기’ ‘조각재’ 등으로 널리 쓰이기도 한다. 게다가 심재(心材, 나무줄기의 중심부인 단단한 부분 또는 그것으로 된 재목)는 넓은잎 여러 나무 중에서 뛰어나게 내구력이 강한 목재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호두나무의 원산지는 ‘이란’(페르시아)을 비롯하여 서남아시아 지역이라고 한다. 이 호두나무가 중국으로 간 것은, 한무제(漢武帝) 때인 기원전 126년이었다고 전한다. 즉, 한무제가 파견한 ‘장건’(張騫)이 서역 순례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오면서 가지고 왔다고 한다. 박물지(博物志)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장건사 서역 환득호도(張騫使 西域 還得胡桃)’
그때 ‘호도’라는 이름이 생겼을 듯싶다. 여기에서 ‘호’는 ‘서역’(西域), 즉 ‘넓게 중앙아시아와 서부 아시아 전역’을 가리킨다. 그리고 ‘도’는 그 열매가 복숭아와 같은 ‘핵과’(核果)임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그 후, 우리나라에는 고려조의 중엽에 유청신(柳淸臣)이라는 사람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면서 이 나무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유청신이란 사람은, 천안시 광덕면 대덕리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는 귀국하여 고향의 광덕사 뜰에 이 나무를 심었고 그게 퍼져서 ‘천안 호두’가 유명하게 되었단다. 광덕사(廣德寺)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호두나무가 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중국에서 쓰는 이름대로 ‘호도나무’라고 불렀을 성싶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호도나무’가 ‘호두나무’로 변했다고 생각된다. 또, 일본으로 호두나무가 건너간 것은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이고 나가노(長野) 지방에 먼저 식재되었다고 전한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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