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75장, 나라 사람이 굶주리는 것은(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9. 07:45

베풂- 제75장

나라 사람이 굶주리는 것은





 나라 사람이 굶주리는 것은 그 위에서 걷는 돈을 많이 받아먹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굶주린다.
 나라 사람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 위에서 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스리기가 어렵다.
 나라 사람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그 위에서 사는 것을 두껍게 찾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음을 가볍게 여긴다.
 무릇 오직 삶으로써 함이 없는 사람은 삶을 값지게 여기는 사람보다 어질다.

民之飢 以其上食稅之多 是以飢. 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是以難治. 民之輕死 以其上求生之厚 是以輕死. 夫唯無以生爲者 是賢於貴生
(민지기 이기상식세지다 시이기. 민지난치 이기상지유위 시이난치. 민지경사 이기상구생지후 시이경사. 부유무이생위자 시현어귀생)


[뜻 찾기]
 ‘이기상식세지다’(以其上食稅之多)에서 ‘상’은 ‘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노자가 살았던 당시의 ‘군주’(君主)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세’는 ‘세금’이다. 이 세금은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서 ‘걷는 돈’이다. 그런데 그 앞에 ‘식’이 붙음으로써 ‘받아먹는다.’라는 의미가 붙게 된다.
 ‘이기상지유위’(以其上之有爲)에서 ‘유위’는 ‘인위적인 지혜와 술책으로 나라 사람을 못살게 군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노자는 언제나 ‘무위’(無爲)를 주장해 왔다. 즉, 다스리는 자에게 ‘함이 없음’이 가장 큰 덕목이다. 
 ‘민지경사’(民之輕死)에서 ‘경사’는 ‘죽음을 가볍게 여긴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백서(帛書)에는 ‘구생지후’(求生之厚) 앞에 ‘상’(上) 자가 없다. 이는, ‘나라 사람이 생계 문제를 지나치게 중시하기 때문’에 ‘죽음을 가벼이 한다.’라고 풀이된다. 여기에는 ‘상’ 자가 엄연히 있으니, 그 뜻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유무이생위자’(夫唯無以生爲者)에서 ‘무이생위’는 ‘삶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작위(作爲)함이 없는 것’을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시현어귀생’(是賢於貴生)에서 ‘귀생’은 ‘삶을 귀하게 여긴다.’ 또는 ‘삶을 소중하게 여긴다.’라는 뜻이다. ‘현’은 ‘어질다’ ‘어진 사람’ ‘낫다’ ‘많다’ ‘지치다’ ‘애쓰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이 중에서 ‘어질다’를 골랐다. 그런가 하면, ‘귀’는 ‘귀하다’ ‘비싸다’ ‘소중하다’ ‘중요함’ ‘빼어나다’ ‘우수함’ ‘취하게 되다’ ‘번영함’ ‘바라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이 중에서 ‘비싸다’를 골라서 ‘값지다’라고 풀었다. 


[나무 찾기]
 ‘부유무이생위자 시현어귀생’(夫唯無以生爲者 是賢於貴生, 무릇 오직 삶으로써 함이 없는 사람은 삶을 값지게 여기는 사람보다 어질다.)에서 나는 불현듯 떠오르는 나무가 있다. ‘명자나무’(Chaenomeles lagenaria)이다.

꽃밭 한쪽에 앉아서 해바라기 보이다가
자꾸 웃음 나오는지 벙긋벙긋 터질 듯이
한세상 그저 그렇게 마음 편히 살고 있네.

마냥 실타래 감으며 쪼그리고 앉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지 이따금 꿈길을 가고
한세월 그리 흐르듯 몸도 편히 늙고 있네.
-졸시 ‘명자나무’ 전문

 명자나무는 정원 한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다. 내가 보기에는 ‘함이 없는 듯이’ 보인다. 명자나무는 중국 원산의 갈잎떨기나무이다. 높이는 기껏 커야 2미터가 채 안 된다.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은 ‘명사’(榠楂)이다. 여기에서 ‘명’은 ‘어두운 나무’라는 뜻일 성싶고, ‘사’는 ‘살피는 나무’라는 뜻일 듯싶다. 내 생각에는 이 나무가 처음 우리나라로 들어왔을 때는 ‘명사나무’라고 불리었을 터이고 그 이후에 ‘명자나무’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여겨진다. 그 이름에 ‘자’ 자가 붙은 이유는, 이 나무가 가시(刺)를 지니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나무의 가시는 짧은 가지가 변하여 이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울타리용으로 심기도 했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