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제77장
하늘의 길은, 그게 활의 시위를
하늘의 길은, 그게 활의 시위를 당김과 같은가. 높은 것은 누르고 낮은 것은 들어 올리며, 남음이 있는 것은 덜고 넉넉하지 못한 것은 보탠다.
하늘의 길은 남음이 있음을 덜어서 넉넉하지 못함을 보탠다. 사람의 길은 끝내는 늘 그러하지 아니하니, 넉넉하지 못함을 덜어서 그것을 가지고 남음이 있음에 바친다. 누가 익숙하게 잘 남음이 있음을 가지고 하늘 아래에 바칠 수 있겠는가. 오직 길이 있는 사람뿐이다.
그러므로 ‘거룩한 이’는, 하고서도 기대지 않고 일을 이루고도 머무르지 아니하니, 그 슬기로움을 나타나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天之道 其猶張弓與. 高者抑之 下者擧之 有餘者損之 不足者補之. 天之道 損有餘 而補不足 人之道則不然 損不足 以奉有餘. 孰能有餘以奉天下 唯有道者. 是以聖人爲而不恃 功成而不處 其不欲見賢
(천지도 기유장궁여. 고자억지 하자거지 유여자손지 부족자보지. 천지도 손유여 이보부족 인지도즉불연 손부족 이봉유여. 숙능유여이봉천하 유유도자. 시이성인위이불시 공성이불처 기불욕현현)
[뜻 찾기]
‘기유장궁여’(其猶張弓與)에서 ‘여’는 ‘여’(歟)와 같아서 의문사(疑問詞)라고 한다. 어느 기록에는 ‘여’의 자리에 ‘호’(乎)가 들어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장’은 ‘베풀다’ ‘당기다’ ‘벌리다’ ‘늘이다’ 등의 뜻을 지닌다. 그중에서 나는 ‘당기다’를 골랐다. 그래서 ‘장궁’은 ‘활의 시위를 당기다.’라는 뜻이 된다. 또, ‘유여자손지’(有餘者損之)는 ‘지나치게 남는 것은 덜어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부족자보지’(不足者補之)에서 ‘보’는 ‘깁다’ ‘옷을 깁다’ ‘고치다’ ‘돕다’ ‘보태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보태다’를 택했다.
‘이봉유여’(以奉有餘)에서 ‘봉’은 ‘받들다’ ‘바치다’ ‘기르다’ ‘돕다’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바치다’를 골랐다.
‘위이불시’(爲而不恃)는 ‘이루어 놓은 업적을 자랑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는 ‘믿다’나 ‘의뢰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믿다’를 골라서 ‘기대다’로 풀었다. 이 글귀는 제2장에도 나온다. 그와 같이 여기에서도 ‘하고서도 기대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리고 ‘공성이불처’(功成而不處)에서 ‘공성’은 ‘일을 이루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공성이불처’는 ‘이루어 놓은 공로에 해당하는 지위를 떠나려고 함’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처’는 ‘머무르다’ ‘살다’ ‘두다’ ‘분별하다’ ‘처분하다’ ‘부침’ ‘처리하다’ ‘정하다’ ‘결정함’ ‘처치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머무르다’를 골랐다. 제2장에는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로 나와 있다. 그 풀이는 같다. 또, ‘불욕현현’(不欲見賢)에서 ‘현’(見)은 ‘뵙다’ ‘만나다’ ‘알현하다’ ‘나타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나타나다’를 택했다.
[나무 찾기]
‘고자억지 하자거지’(高者抑之 下者擧之, 높은 것은 누르고 낮은 것은 들어올린다.)에서 나는 불현듯 ‘차나무’(Thea sinensis)를 떠올린다. 모두 일다시피, 차나무는 ‘그 잎으로 차(茶)를 만드는 나무’라는 뜻이다. 그런데 ‘차’는 높은 혈압을 낮게 만들고 낮은 혈압을 높게 만드는 효능을 지닌다.
따르는 물소리로 저 먼 얘기 담겨 오면
마른 잎에 잠들었던 푸른 향기 깨어나고
김 서린 찻잔의 둘레로 젊은 꿈이 돌아온다.
입술을 살짝 대니 대번에 열리는 봄빛
가라앉은 마음속에 숲이 일어나 웃는다.
눈감고 한 모금 마시면 더워지는 고향 언덕.
-졸시 ‘녹차 한 잔 마시며’ 전문
앞에서 언급했듯이, 차나무는 ‘차를 만드는 나무’이다. 그리고 ‘차’(茶)와 함께 차나무도 중국에서 들어왔다. 물론, ‘차나무’는 중국 이름에서 차용되었다. 그런데 ‘차’(茶)라는 글자는 ‘나무 위에 올라가거나 나무 곁에 서서 나무의 잎을 따 모으는 상형문자’라고 한다. 어쨌든 중국 이름인 ‘茶’는, ‘디아’(dia)로 되고 ‘디아’는 ‘다’(da)로 되었으며 ‘다’가 ‘차’로 변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차나무는 전라도와 경상도 및 제주도에서 식재되고 있다. 늘푸른잎 넓은잎 떨기나무이다. 1년생 가지에는 갈색의 잔털이 있고, 2년생 가지는 회갈색이다. 잎은 어긋나는데 긴 타원형이고 약간 안으로 굽은 ‘둔한 톱니’를 보인다. 꽃은 1~3개씩 달리고 8월 말에서부터 11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핀다. 꽃의 빛깔은 희고 향기를 지닌다. 녹색인 꽃받침잎은 5개이고 꽃잎은 6~8개이다. 열매는 편구형(扁球形)으로 지름이 2센티미터 정도이며 다음해 가을에 다갈색으로 익는다. 어린잎을 따서 차(茶)로 사용한다. 한명(漢名)으로는 ‘다명’(茶茗)이라고 부른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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