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76장, 사람이 살아서는 부드럽고 여리지만(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9. 12:46

베풂- 제76장

사람이 살아서는 부드럽고 여리지만





 사람이 살아서는 부드럽고 여리지만, 그가 죽어서는 굳고 단단하다.
 풀과 나무도 살아서는 부드럽고 무르며 그게 죽어서는 거칠고 마른다. 그 까닭에 굳고 단단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여린 것은 삶의 무리이다.
 그러므로 군사가 단단하면 끝내는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단단하면 끝내는 꺾인다. 또 단단하고 크면 아래에 머무르며, 부드럽고 여리면 위에 머무른다.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是以兵强則不勝 木强則折 强大處下 柔弱處上
(인지생야유약 기사야견강. 초목지생야유취. 기사야고고. 고견강자사지도 유약자생지도. 시이병강즉불승 목강즉절 강대처하 유약처상)


[뜻 찾기]
 ‘초목지생야유취’(草木之生也柔脆)에서 ‘유취’는 일반적으로 ‘부드럽고 연약함’을 나타낸다고 한다. ‘취’는 ‘무르다’ ‘약하다’ ‘연하다’ ‘가볍다’ ‘경박하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무르다’를 골랐다. 그리고 ‘기사야고고’(其死也枯槁)에서 ‘고고’는 ‘물기가 말라서 단단하고 뻣뻣함’을 나타낸다고 한다. 앞의 ‘고’(枯)는 ‘마르다’ ‘야위다’ ‘수척함’ ‘죽다’ ‘마른 나무’ ‘거칠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거칠다’를 택했다. 뒤의 ‘고’(槁)는 ‘마르다’ ‘말라죽음’ ‘말리다’ ‘쌓다’ ‘허술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마르다’를 선택했다.
 ‘병강즉불승’(兵强則不勝)은 ‘군사의 무력이 너무 강하면 상대를 이기지 못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목강즉절’(木强則折)은 ‘나무가 강하여 억세면 결국 잘린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절’은 ‘꺾다’ ‘굽히다’ ‘굽다’ ‘기세를 꺾음’ ‘쪼개다’ ‘꺾이다’ ‘결단하다’ ‘에누리하다’ ‘찧다’ ‘밝은 모양’ 등의 뜻이 있다. 나는 이 중에서 ‘꺾이다’를 골랐다. 또, ‘유약처상’(柔弱處上)은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위치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나뭇가지나 잎은 항상 위에 위치한다.’라는 의미이다. ‘처’는 ‘머무르다’ ‘살다’ ‘두다’ ‘분별하다’ ‘처분하다’ ‘처리하다’ ‘정하다’ ‘처치하다’ 등의 여러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 여러 뜻 중에서 ‘머무르다’를 골랐다.


[나무 찾기]
 ‘병강즉불승 목강즉절’(兵强則不勝 木强則折, 군사가 단단하면 끝내는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단단하면 끝내는 꺾인다.)에서 나는 불현듯 ‘댕강나무’(Abelia mosanensis)를 떠올린다.

산허리 바위틈에 자리를 잡고 있어
제 딴엔 강한 모습 자랑하고 있다지만
잡고서 힘주지 마라, 댕강댕강 부러진다.
-졸시 ‘댕강나무’ 전문 

 댕강나무는 ‘가지를 잡고 힘을 주면 댕강댕강 잘 부러진다.’라고 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 잘 부러지니, 댕강나무는 단단함을 지니긴 하였나 보다. 이 나무는 평남 맹산(孟山)과 성천(成川) 지역에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인동과 식물로서 높이가 2미터에 달하고 줄기에 세로줄(縱線)이 있으나 깊게 파이지는 않았다. 가지의 골속이 백색이다. 어린 가지에는 털이 있고 붉은빛이 돈다. 잎은 마주나기를 하고 피침(披針, 즉 ‘바소’. 이는, 곪은 데를 째는 침) 모양이다. 양쪽 끝이 좁으며 크기는 3~7 센티미터 정도이다. 꽃은 5월에 피고 잎겨드랑이 또는 가지 끝에 거의 머리와 같은 모양으로 모여 달린다. 한 꽃자루 끝에 3개의 꽃이 보인다. 꽃부리는 연한 홍색을 지닌다. 수술대에 털이 있으며, 암술대는 짧고 털이 없다. 열매는 특이하게 4개의 날개가 하늘을 향해 프로펠러 같은 모양을 내보인다. 열매는 9월에 익는다. 한명(漢名)은 ‘맹산육조목’(孟山六條木)이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