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69장, 군사를 부림에 이런 말이 있으니(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7. 07:43

베풂- 제69장

군사를 부림에 이런 말이 있으니





 군사를 부림에 이런 말이 있으니, ‘나는, 주제넘게 주인이 되지 않고 손님이 되며 주제넘게 한 치를 나아가지 않고 한 자를 물러선다.’ 이를 가리켜서 ‘가지만 가지 않는다.’라고 일컫는다. 걷어 올리나 팔이 없으며, 끌어당기지만 ‘서로 맞서는 사람’이 없고, 잡지만 ‘칼이나 활’이 없다.
 허물은, ‘서로 맞서는 사람’을 가볍게 여기는 것보다 더 큰 게 없다. ‘서로 맞서는 사람’을 가볍게 여기면 나의 ‘가장 값진 것’을 거의 잃게 된다. 그 까닭에, 군사를 겨루어서 서로 치게 되면 ‘불쌍히 여기는 쪽’이 이긴다. 

用兵有言 吾不敢爲主而爲客 不敢進寸而退尺. 是謂行無行. 攘無臂 扔無敵 執無兵. 禍莫大於輕敵 輕敵幾喪吾寶. 故抗兵相加 哀者勝矣
(용병유언 오불감위주이위객 불감진촌이퇴척. 시위행무행. 양무비 잉무적 집무병. 화막대어경적 경적기상오보. 고항병상가 애자승의)


[뜻 찾기]
 ‘용병’(用兵)을 ‘병법’(兵法)이라고도 풀이한다. 즉, ‘군사를 부림’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오불감위주이위객’(吾不敢爲主而爲客)에서 ‘주’는 ‘주동자’를 뜻한다고 한다. 즉, ‘전쟁을 먼저 일으키는 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객’은 ‘응전자’를 뜻한다고 한다. 즉, ‘피도발자’(被挑發者)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오불감위주이위객’은, ‘내가 감히 싸움을 거는 자가 되지 말고 부득이 막는 사람이 된다.’라는 의미가 된다. 또, ‘시위행무행’(是謂行無行)에서 ‘행무행’은 ‘싸움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행진(行陣)하기는 하여도 행진하는 게 없는 것과 같다.’라는 뜻이란다. 이는, 오증(吳證)의 설이다. 다르게는 ‘행렬 없이 행군함’ 또는 ‘가지 않지만 결국은 간다.’라는 풀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양무비’(攘無臂)는 ‘팔을 휘두르지 않고 그 효과를 얻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양’은 ‘물리치다’ ‘물러나다’ ‘멀다’ ‘제거함’ ‘걷어 올리다’ ‘훔치다’ ‘사양하다’ ‘거스르다’ ‘겸손하다’ ‘어지럽다’ 등의 여러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걷어 올리다’를 골랐다. 그리고 ‘비’는 ‘팔’ ‘팔뚝’ ‘앞발’ 등의 뜻이 있다. 그중에서 나는 ‘팔’을 택했다. 또, ‘잉무적’(扔無敵)에서 ‘잉’은 ‘끌어당긴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공격한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나는, ‘끌어당기지만 서로 맞서는 사람이 없다.’라고 직역했다. 다만, 집무병(執無兵)에서 ‘병’은 ‘무기’(武器)로 보고 ‘활이나 칼’로 풀었다.
 ‘기상오보’(幾喪吾寶)에서 ‘보’는 ‘삼보’(三寶)를 이르는데, ‘자애’와 ‘검약’과 ‘남보다 앞서지 않는 일’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는, 앞의 제67장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런가 하면, ‘생명’과 ‘재산’과 ‘국토’를 가리킨다는 풀이도 있다. 그리고 ‘항병상가’(抗兵相加)에서 ‘항병’은 ‘거병(據兵)과 같은 말’이니, ‘군사를 동원하는 것’을 이른다고 한다. 또, ‘상가’는 ‘서로 대전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나무 찾기]
 ‘불감진촌이퇴척 시위행불행’(不敢進寸而退尺 是爲行不行, 주제넘게 한 치를 나아가지 않고 한 자를 물러선다. 이를 가리켜서 ‘가지만 가지 않는다.’라고 일컫는다.)에서 나는 ‘회양목’(Buxus microphylla var. koreana)을 생각한다.

산기슭 바위틈에 뿌리 뻗고 지내면서
실바람이 지나가도 그저 몸을 낮게 숙여
반도에 터전을 잡은, 이 나라를 껴안는다.

마주해 정을 빚는, 앙증맞은 그 얼굴들
그 푸른 잎 간지럽게 빛을 뿌려 웃겼는가.
면면이 기쁨 머금고 별을 안는 가슴이여.

서 말쯤 구슬땀을 흘리고 난 그 얼굴에
온 세상 사랑하는 까만 눈빛 빛나더니
느리게 몸을 늘이고 겨울 속을 헤엄친다. 
-졸시 ‘회양목’ 전문

 회양목은, 자람이 아주 느리다. 그러므로 ‘주제넘게 한 치를 나아가지 않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서 회양목을 ‘자라지만 자라지 않는다.’라고 일컬을 만하다. 이 나무는, ‘지금은 북한 땅인, 회양(淮陽)에서 많이 나기 때문’에 그 이름을 얻었다고 전한다. 한명(漢名)으로는 ‘황양목’(黃楊木)이다. 아마도 그 목재의 색깔이 노르스름하여서 그리 부르는 성싶다. 이 나무로는, 궁을 출입하는 표찰, 호리병을 만드는 재료, 목판활자를 만드는 재료,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호패, 그리고 그 외에도 머리빗이나 장기의 알 등도 만들었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