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63장, 함이 없음을 하고 말이 없음을 일삼으며(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5. 07:44

베풂- 제63장

함이 없음을 하고 일이 없음을 일삼으며





 함이 없음을 하고, 일이 없음을 일삼으며, 맛이 없음을 맛으로 한다. 크거나 작거나 많거나 적거나 못마땅하게 여김을 베풂으로써 갚으며, 어려움을 그 쉬움에서 꾀하고, 큰 것은 그 가는 것에서 한다. 
 하늘 아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에서 일어나고, 하늘 아래 큰일은 반드시 가는 것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거룩한 이’는 끝내 크게 함이 없다. 그 까닭에 그 큼을 잘 이룬다.
 무릇 가벼운 따름은 반드시 믿음이 적고, 쉬움이 많으면 반드시 어려움도 많다.
 그러므로 ‘거룩한 이’는 오히려 어려워한다. 그 까닭에 끝내 어려움이 없다.

爲無爲 事無事 味無味 大小多少 報怨以德 圖難於其易 爲大於其細.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是以聖人終不爲大. 故能成其大. 夫輕諾必寡信 多易必多難 是以聖人猶難之 故終無難矣
(위무위 사무사 미무미 대소다소 보원이덕 도난어기이 위대어기세. 천하난사 필작어이 천하대사 필작어세. 시이성인종불위대. 고능성기대. 부경락필과신 다이필다난 시이성인유난지 고종무난의)


[뜻 찾기]
 ‘위무위’(爲無爲)에서 ‘무위’는 ‘자연에 순응하고 작위(作爲)하지 않는 정치’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리고 ‘사무사’(事無事)에서 ‘무사’는 ‘무위(無爲)의 정치를 하기 때문에 할 일이 없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 ‘미무미’(味無味)는 ‘맛없는 것을 맛본다.’라는 뜻이라는데, ‘길(道)을 지킨다.’라는 의미라고도 한다. 이미 제35장에서 ‘도지출구 담호기무미’(道之出口 淡乎其無味)라는 말이 소개되었다. 이는, ‘길(道)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싱거워서 그 맛이 없다.’라는 뜻이다. ‘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바로 ‘길의 맛’이다. 또, ‘대소다소’(大小多少)는 ‘작은 것을 크게 여기고 적은 것을 많게 여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글자 그대로 ‘크거나 작거나 많거나 적거나’로 풀었다. 그런가 하면, ‘보원이덕’(報怨以德)에서 ‘보원’은 ‘앙갚음’이라는 뜻이다. ‘보’는 ‘갚다’ ‘보답’ ‘보복’ ‘알리다’ ‘고함’ ‘보고’ ‘재판하다’ ‘죄를 논함’ ‘제사’ ‘간통하다’ ‘나아가다’ 등의 뜻을 지닌다. 그리고 ‘원’은 ‘원망하다’ ‘미워하다’ ‘힐책하다’ ‘원수’ 등의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나는 ‘갚다’와 ‘원망하다’를 골라서 ‘보원이덕’을 ‘못마땅하게 여김을 베풂으로써 갚는다.’라고 풀었다. 또, ‘도난어기이’(圖難於其易)에서 ‘도’는 ‘그림’ ‘그리다’ ‘꾀하다’ ‘다스리다’ ‘헤아리다’ ‘규칙’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꾀하다’를 골랐다. 
 ‘필작어이’(必作於易)는 ‘쉬운 일에서 반드시 생겨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도 이 뜻을 따랐다.  
 ‘부경락’(夫輕諾)에서 ‘락’은 ‘대답하다’ ‘허락’ ‘승낙하다’ ‘허용하다’ ‘따르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따르다’를 골라서 명사화했다. 그리고 ‘필과신’(必寡信)에서 ‘과’는 ‘적다’ ‘약하다’ ‘과부’ ‘홀어미’ ‘임금 자신의 겸칭’ ‘자기 임금의 겸칭’ ‘뒤돌아보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적다’를 택했다.
 ‘유난지’(猶難之)는 ‘모든 일을 어렵게 여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유’는 ‘오히려’ ‘원숭이’ ‘망설이다’ ‘말미암다’ ‘같다’ ‘비슷하다’ 등의 뜻을 지닌다. 그리고 ‘종무난의’(終無難矣)는 ‘마침내는 어려움을 당하지 않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무 찾기]
 ‘대소다소 보원이덕’(大小多少 報怨以德, 크거나 작거나 많거나 적거나 못마땅하게 여김을 베풂으로써 갚는다.)에서 나는 ‘삼나무’(Cryptomeria japonica)를 생각한다. 삼나무는 제주도 귤밭의 방풍수 역할을 훌륭히 해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구 베어낸다. 삼나무는 그 못마땅함을 좋은 목재로써 갚는다.

지금 제주도의 삼나무는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짙은 그늘로 해서 귤나무들이 아우성을 친다. 비키든지 키를 낮추라고 한다.
바람을 막아서 자식처럼 키운 그 은공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할 일을 끝낸 삼나무는 외롭다. 주책없이 크는 키가 자꾸 서럽다.
그래, 떠나야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이제 이 자리를 떠나야지.
바람이 불자, 삼나무의 꽃가루가 허공에 눈물처럼 번진다.
-졸시 ‘귤밭의 삼나무’ 전문

 삼나무는, 일본 이름인 ‘삼목’(衫木)을 빌려 그대로 ‘삼나무’라고 했단다. ‘삼’(杉)은, 잎의 모양이 날카롭게 되어 있는 ‘바늘 모양’을 상징한다. 그렇다. 삼나무는 잎이 몹시 날카롭다.
 삼나무는 낙우송과에 딸린 늘푸른잎바늘잎큰키나무이다. 삼나무는 1종1속의 집안이다. 일본이 원산지이고 높이는 40미터에 가슴높이 나무 둘레는 2미터로 자란다. 일본에는 이 나무가 많이 자생하는데, 신성한 나무로 숭상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24년에 일본으로부터 도입되어 전남이나 경남 이남의 주요 조림수종으로 심어 왔다. 나무껍질은 적갈색 또는 회갈색이고 그 껍질이 섬유처럼 벗겨져서 길게 떨어진다. 잎은 바늘 모양으로 길이는 2센티미터쯤 된다. 암수한그루인데, 길둥근 모양인 수꽃은 가지 끝에 수상(穗狀) 꽃차례로 되고 암꽃은 구형으로 가지 끝에 한 개씩 달린다. 꽃은 황색이다. 열매는 적갈색의 둥근 구과(毬果)로서 10월에 익는다. ‘구과’를 영어로는 콘(cone)이라고 한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