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61장, '큰 나라'라고 하는 것은(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4. 12:53

베풂- 제61장

‘큰 나라’라고 하는 것은 





 ‘큰 나라’라고 하는 것은 강과 내의 아래쪽이니, 하늘 아래의 섞이는 곳이요, 하늘 아래의 암컷이다. 
 암컷은 늘 그러하게 고요함으로써 수컷을 이기고 고요함으로써 아래를 삼는다.
 그 까닭에 ‘큰 나라’가 ‘작은 나라’에게 낮춤으로써 끝내는 ‘작은 나라’를 얻게 되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게 낮춤으로써 끝내는 ‘큰 나라’를 얻게 된다.
 그 까닭에 어쩌면 얻음으로써 낮아지고 어쩌면 낮추어서 얻게 된다.
 ‘큰 나라’는 아울러서 사람을 기르고자 함에 지나지 않고, ‘작은 나라’는 들어가서 사람을 섬기고자 함에 지나지 않는다. 무릇 둘이 저마다 따로따로 그 하고자 하는 바를 얻는다. ‘큰 것’은 마땅히 아래가 된다.

大國者下流 天下之交 天下之牝. 牝常以靜勝牡 以靜爲下. 故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 小國以下大國 則取大國. 故或下以取 或下而取. 大國不過欲兼畜人 小國不過欲入事人 夫兩者各得其所欲 大者宜爲下
(대국자하류 천하지교 천하지빈. 빈상이정승모 이정위하. 고대국이하소국 즉취소국 소국이하대국 즉취대국. 고혹하이취 혹하이취. 대국불과욕겸휵인 소국불과욕입사인 부양자각득기소욕 대자의위하)


[뜻 찾기]
 ‘하류’(下流)는 ‘강이나 내의 아래쪽’을 이른다. 나도 이를 따랐다. 그리고 ‘천하지교’(天下之交)에서 ‘교’는 ‘교류하는 곳’을 가리킨다고 한다. 즉, ‘모여드는 곳’을 뜻한다고 한다. ‘교’는 ‘사귀다’ ‘엇갈리다’ ‘섞이다’ ‘주고받다’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섞이다’를 골랐다.
 ‘즉취소국’(則取小國)에서 ‘취소국’은 ‘작은 나라의 민심을 얻는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작은 나라를 얻는다.’라고 했다.
 ‘혹하이취’(或下以取)와 ‘혹하이취’(或下而取)에서 ‘이취’(以取)와 ‘이취’(而取)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다른 기록들은 비슷한 풀이를 해놓았다. 즉, “이취(以取)와 이취(而取)는 ‘둘 다 같은 뜻’이다. 꼭 구분해야 한다면 ‘이취’(以取)는 ‘취하는 것’이고 ‘이취’(而取)는 ‘취하여지는 것’이다.”라고 씌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둘 사이에 그보다 더 다른 점이 있다고 여겼다. 그렇기에, ‘이취’(以取)의 ‘이’는 ‘~으로써’라는 뜻을 빌려서 ‘얻음으로써’라고 했으며, ‘이취’(而取)에서 ‘이’는 ‘그러하다’ ‘~와 같다’ 등의 뜻을 빌려서 ‘얻게 된다.’라고 했다.
 ‘불과욕겸휵인’(不過欲兼畜人)에서 ‘겸휵인’은 ‘모든 나라를 합하여 민중을 먹여 살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휵’의 ‘기르다’라는 뜻을 택하여 ‘아울러서 사람을 기른다.’라고 풀었다. 그리고 ‘불과욕입사인’(不過欲入事人)에서 ‘욕입사인’은 ‘큰 나라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사람을 섬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무 찾기]
 ‘대둑이하소국 즉취소국’(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 ‘큰 나라’가 ‘작은 나라’에게 낮춤으로써 끝내는 ‘작은 나라’를 얻게 된다.)에서 ‘소국’에 해당하는 나무가 있다. 그렇다. 그 나무는 바로 ‘겨우살이’(Viscum album var. coloratum)이다. 

목말을 타고 먼 곳을 바라본다.

아주 먼 곳에 작고 푸른 섬이 보인다.
그 섬으로 마음이 먼저 달려간다.
겨울바람이 아무리 차갑게 불어도
가슴에 안은 섬은 언제나 바다처럼 젊다. 

빌붙은 삶이라고
보는 이마다 손가락질할지라도

끝까지 그 높은 길을 놓지 않는다. 
-졸시 ‘겨우살이의 길’ 전문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리고 눈을 감은 겨울에도 잎을 달고 푸르게 살아가기 때문’에 그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나무에 기생(寄生)하여 겨우 살아간다.’라는 뜻이라고도 한다. 
 한겨울에 숲으로 가면, 큰 나무의 높다란 나뭇가지 위에 까치의 둥지처럼 보이는 기생목(寄生木)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다름 아닌 ‘겨우살이’들이다. 일명 ‘동청’(冬靑) 또는 ‘조라’(蔦蘿) 등으로 부르는 이 겨우살이는, 벌거벗은 나무에 기생하여 설한풍 속에서도 푸른 잎을 내보이며 잘 산다. 하지만 숙주(宿主)인 큰 나무들은 괴로울 터인데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대국’을 나타내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