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62장, '길'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의 아랫목(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4. 19:57

베풂- 제62장

‘길’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의 아랫목 





 ‘길’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의 아랫목이다. 착한 사람의 ‘가장 값진 것’이고 착하지 않은 사람도 ‘잘 보살펴서 지키는 곳’이다.
 아름다운 말씀은 팔 수 있고, 훌륭한 움직임은 말 그대로 틀림없이 다른 사람에게 더할 수 있다. 사람이 착하지 않다고 해서 어찌 버리겠는가!
 그 까닭에 하늘의 아들이 서고 세 명의 높은 벼슬아치들을 둔다. 비록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로 먼저 달려와서 커다란 옥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이 ‘길’을 무릎 꿇고 드리는 것만 못하다.
 예전에 이 길이라는 것을 빼어나게 여겼던 까닭은 무엇인가? 말하지 않아도 손에 넣으려고 찾아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고, 허물이 있어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인가? 그 까닭에 하늘 아래 빼어남으로 삼는다. 

道者 萬物之奧. 善人之寶 不善人之所保. 美言可以市 尊行可以加人 人之不善 何棄之有! 故立天子 置三公 雖有拱璧以先駟馬 不如坐進此道. 古之所以貴此道者何? 不曰以求得 有罪以免邪? 故爲天下貴
(도자 만물지오. 선인지보 불선인지소보. 미언가이시 존행가이가인 인지불선 하기지유! 고입천자 치삼공 수유공벽이선사마 불여좌진차도. 고지소이귀차도자하? 불왈이구득 유죄이면야? 고위천하귀)


[뜻 찾기]
 ‘만물지오’(萬物之奧)에서 ‘오’는 ‘깊숙한 비밀의 방’으로 풀이되곤 한다. 이는, ‘결국 만물은 길(道)의 심오한 법칙 속에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오’는 ‘안’ ‘속’ ‘아랫목’ ‘그윽하다’ ‘깊다’ ‘깊숙하다’ ‘후미진 곳’ ‘쌓다’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아랫목’을 골랐다. 또, ‘불선인지소보’(不善人之所保)에서 ‘보’는 ‘보호한다.’라는 뜻이라는데 ‘길(道)은 착하지 않은 사람도 보호해 준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소보’는 ‘몸을 보전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보’는 ‘보호하다’ ‘지키다’ ‘맡다’ ‘책임지다’ ‘보전하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소보’를 ‘잘 보살펴서 지키는 곳’으로 풀었다. 
 ‘미언가이시’(美言可以市)에서 ‘시’는 ‘판다’(賣)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이시’는 ‘팔 만하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즉, ‘길(道)에서 나오는 좋은 말씀은 어떤 보물보다 값이 많이 나간다.’라고 풀이한다. 그리고 ‘존행가이가인’(尊行可以加人)에서 ‘존행’은 ‘길(道)에서 나오는 높은 행동’을 가리킨다고 한다. ‘가이가인’은 ‘남의 위에 있을 만하다’라는 뜻이라고 하며, ‘길(道)에서 나오는 말은 남이 우러러서 존경한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이를 그저 ‘다른 사람에게 더할 수 있다.’라고 했다. 
 ‘치삼공’(置三公)에서 ‘삼공’은 ‘천자 밑에서 벼슬하는 최고의 관원들’을 일컫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태사(太師)와 태부(太傅)와 태보(太保)란다. 이를 나는 ‘세 명의 높은 벼슬아치’라고 했다. 그리고 ‘수유공벽이선사마’(雖有拱璧以先駟馬)에서 ‘공벽’은 ‘커다란 옥을 두 손으로 받쳐 드는 것’을 이른다고 한다. ‘벽’은 ‘옥’을 가리키는데, 평면인 것을 ‘벽’(璧)이라고 하며, 둥근 것을 ‘옥’(玉)이라고 한단다. ‘사마’는 ‘네 필의 말’을 뜻한다. 노자가 살았던 당시에는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가 많이 쓰였다고 한다. 또, ‘불여좌진차도’(不如坐進此道)에서 ‘좌진차도’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천자에게 길(道)에 관한 이치를 진언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좌진’을 ‘무릎 꿇고 드린다.’라고 쉽게 풀었다.
 ‘불왈이구득’(不曰以求得)에서 ‘구득’은 ‘손에 넣으려고 찾아서 얻는 것’을 말한다. ‘이구득’은 ‘구하면 그것을 얻는다.’라는 뜻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유죄이면야’(有罪以免邪)에서 ‘야’는 ‘야’(耶)와 뜻이 같아서 어조사로 ‘~인가’라고 풀이한다. 여기에서 ‘이’는 ‘~때문’의 뜻으로 풀었다.


[나무 찾기]
 ‘미언가이시 존행가이가인’(美言可以市 尊行可以加人, 아름다운 말씀은 팔 수 있고, 훌륭한 움직임은 말 그대로 틀림없이 다른 사람에게 더할 수 있다.)에서 나는 문득 ‘붓순나무’(Illicium religosum)를 생각한다. ‘말씀’을 팔 수 있는데, 어찌 좋은 ‘글씨’를 팔 수 없겠는가.

시름 그 젖은 땅에 가난을 두르고 앉아, 제자리 지키는 뜻 먼 하늘에 쓰고 있네. 묵향이 스민 붓으로 그 한 목숨 열고 있네.

원줄기 곧게 뻗어 올바르게 세운 지조, 가늘고 긴 꽃잎으로 순수의 꿈 이뤘던가. 두껍고 넉넉한 품성이 잎 끝에서 빛난다.

파도가 철썩여도 저 바다를 감싸 안는, 열매가 버는 아픔 그게 정인 줄 알겠네. 향기를 전하는 나무 그 혼을 이제 보겠네.
-졸시 ‘붓순나무’ 전문

 붓순나무는 ‘처음에 나오는 순의 모양이 붓처럼 생겼다고 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붓순나무는 ‘제주도와 진도 및 완도의 따뜻하고 습한, 표고 700미터 이하 산기슭에서 자라는 늘푸른 넓은잎중키나무이다. 내한성이 약해서 경상도와 전라도 이남에서만 월동할 수 있다. 높이는 5미터 정도로 자란다. 잎은 어긋맞게 난다. 4월경에 잎의 겨드랑이에서 짧은 꽃줄기가 나온 다음, 연한 황백색의 꽃이 핀다. 열매는 골돌(蓇葖)로서 바람개비처럼 배열된다. 수피와 열매가 향기를 지니기에 향료로 채취하여 사용한다. 열매에 독이 있다. 붓순나뭇과 식물로는 우리나라에 붓순나무 단 1종이 분포하고 있다. 한명(漢名)으로는 ‘망초’(莽草) 또는 ‘밀’(樒)이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