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60장,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4. 07:45

베풂- 제60장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물고기를 삶는 것과 같다. 
 길로써 하늘 아래에 이르면 그 도깨비도 힘을 나타내지 못하게 된다. 그 도깨비가 힘을 나타내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 ‘힘을 나타냄’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 그 ‘힘을 나타냄’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룩한 이’도 늘 그렇듯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
 무릇 둘이 서로 다치게 하지 않는다. 그 까닭에 베풂을 주고받고 다시 돌아간다.

治大國 若烹小鮮. 以道莅天下 其鬼不神 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非其神不傷人 聖人亦不傷人. 夫兩不相傷 故德交歸焉
(치대국 약팽소선. 이도리천하 기귀불신 비기귀불신 기신불상인 비기신불상인 성인역불상인. 부양불상상 고덕교귀언) 


[뜻 찾기]
 ‘약팽소선’(若烹小鮮)에서 ‘소선’은 ‘작은 생선’, 즉 ‘작은 물고기’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약팽소선’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이 번잡한 인공을 가하지 않는 정치를 행해 나간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도리천하’(以道莅天下)에서 ‘리’는 ‘임하다’ ‘군림하다’ 등의 뜻을 지닌다. 그 중 ‘임하다’라는 말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대하다’이거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한다.’라거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이 있는 곳에 이른다.’라거나 ‘어떤 장소에 도달한다.’라거나 ‘어떤 시기나 일에 당한다.’ 등으로 풀이된다. 나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이 있는 곳에 이르다’를 골라서 ‘이르다’라고만 했다. 그리고 ‘기귀불신’(其鬼不神)에서 ‘귀’는 ‘귀신’ ‘도깨비’ ‘지혜롭다’ ‘교활하다’ ‘멀다’ ‘야차’ ‘아귀 따위’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도깨비’를 택했다. 또, ‘신’은 ‘신’ ‘귀신’ ‘하늘의 신’ ‘상제’ ‘신령’ ‘마음’ ‘영묘하다’ ‘불가사의한 것’ ‘혼’ ‘덕이 아주 높은 사람’ ‘지식이 두루 넓은 사람’ ‘화하다’ 등의 여러 뜻이 있다. 이 중 ‘불가사의한 것’은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상야릇한 일’을 나타낸다. 이 ‘이상야릇한 일’이야말로 ‘도깨비의 힘’이다. 도깨비가 ‘이상야릇한 일’을 나타내지 못하면 누가 두려워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신’을 ‘힘을 나타냄’이라고 풀었다. 일반적으로 ‘기귀불신’은 ‘백성들이 고요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살기 때문에 신에게 기구(祈求)할 일도 없고 두렵게 여길 일도 없다. 그래서 백성들은 신의 존재를 잊는다. 즉, 귀신도 힘을 나타내지 못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부양불상상’(夫兩不相傷)에서 ‘양’은 ‘두 존재’를 가리키는데, 내 생각에 그 하나는 신묘한 힘을 지닌 ‘도깨비’(鬼)이고, 다른 하나는 백성을 다스리는 ‘거룩한 이’(聖人)인 듯싶다. 


[나무 찾기]
 ‘비기귀불신 기신불상인’(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그 도깨비가 힘을 나타내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 ‘힘을 나타냄’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에서 나는 불현듯 ‘음나무’(Kalopanax pictum)를 떠올린다. 아무래도 여기에서는 ‘귀’를 ‘도깨비’라고 하는 것보다는 ‘귀신’이라고 해야 이해가 더 빠를 듯싶다.

장하고 기품 있게 헛기침을 내뱉고는
고라니 쉬어 가는 그 산허리 양지쪽에
검은 몸 주름진 살결 내보이며 조는 그대.

엄하게 보이려고 짐짓 가시 둘렀지만
유난히 큰 손으로 모든 일을 쓰다듬는
그대는 남루하구나, 피운 꿈도 맑고 밝다.

베풀며 사는 법을 일찌감치 깨닫고서
알알이 익힌 정을 이웃에게 나눠 주고
연리지 맞닿은 가슴 안고 도는 가을이여.
                                                 -졸시 ‘음나무’ 전문

 우리 선조들은 잡귀가 집에 들락거리지 못하도록 특별히 음나무 가지를 대문 문설주 위에다가 걸어놓곤 했다. 내가 보기에도, 귀신이 있다면 ‘음나무’는 무서워할 성싶다. 참으로 음나무의 가시는 날카롭고 날카로워서 ‘엄(嚴)하게’ 보인다. 그래서 처음에는 ‘엄나무’였는데 그게 변해서 ‘음나무’로 되었다고 한다. 이 음나무의 가시는 껍질이 변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약하다. 그나마 나이가 들면 아예 없어져 버린다. 음나무의 껍질은 귀한 약재가 된다. 그 이름이 바로 ‘해동피’(海桐皮)이다. 동의보감에서는 해동피의 효능을 “허리와 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과 마비되고 아픈 것을 낫게 한다. ‘이질’ ‘곽란’ ‘옴’ ‘버짐’ ‘치통’ 및 ’눈에 핏발이 선 것‘ 등을 낫게 하며 풍증을 없앤다.”라고 하였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