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까마귀
김 재 황
섬뜩한 느낌으로 몸뚱이에 깃이 돋고
밤마다 별을 찾아 어둠을 헤치며 운다,
앉아도 쉴 수 없어라 달빛 묻은 나뭇가지.
숲에 사는 검은 숨결 어느 문상 다녀올까,
조그만 등불 앞에 사뭇 흔들리는 목숨
펼치면 그 날개 밑으로 악한 마음 몰려든다.
겨울바람 무거워라 목말을 태우고 난다,
부정한 너의 발자국 저 하늘에 묻지 않게
까맣게 잊은 소문을 가슴 가득 껴안으며.
(2002년)
(시작 노트)
까마귀는 철새일까 텃새일까. 아마도 그 답은 ‘텃새도 있고, 철새도 있다.’가 맞을 성싶다. 까마귀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이다. 개활지와 농경지, 그리고 흔히 시골 근처에 산다. 번식은 농촌의 인가 부근이나 도시․산지․해변 등의 침엽수 높은 가지 위에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밥그릇처럼 생긴 둥지를 짓고, 청록색에 갈색 반점이 있는 너더댓 개의 알을 낳는다. 산란기는 3월 하순부터 6월 하순까지이다.
크기는 45㎝ 내외이고, 온몸이 검으며, 부리도 검다. 울음소리는 ‘까옥’하고 낸다고 하지만, 나는 ‘과- 과-’하는 소리로 들린다. 사실, 까마귀는 성대모사가 뛰어나다. 다른 새나 동물의 소리는 물론이고, 사람의 말도 곧잘 흉내 낸다.
다른 한편, 까마귀는 겨울 철새의 무리도 있다. 매년 12월에 우리나라로 날아들어 겨울을 보낸 후에, 다음해 3월이면 시베리아로 되돌아간다. 울산의 태화강에서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철새인 까마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그곳에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일 듯싶다. 까마귀는 조류의 알과 어린 새를 비롯하여 설치류․갑각류․곤충류, 그리고 과실이나 농작물까지 닥치는 대로 먹는다.
까마귀를 반포지효(反哺之孝)의 새, 즉 까마귀가 자란 후에 먹이를 입으로 물어다가 늙은 어미에게 줌으로써 보은한다고 해서 ‘효조’(孝鳥)라고 한다. 그러나 생태학자의 말에 의하면, 새끼가 어미의 입 속에 든 먹이를 꺼내어 먹는 거라고도 한다. 수명은 15년 정도이다. 일명 ‘자오’(慈烏) 또는 ‘한아’(寒鴉) 등으로 부른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