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연시조 1편

시조시인 2022. 8. 31. 04:35

[내 사랑, 녹색 시조] 편

 

              동박새

                                김 재 황

 


 올마다 고운 그늘 작은 몸을 깃들이 숲
 부리를 닦아 내고 햇살 모아 둥지 틀면
 울다가 지친 바다가 꽁지 끝에 다가온다. 

 함박눈 내린 날은 동백잎에 꿈을 묻고
 적요가 뚝뚝 지는 백록담을 바라보면
 저 하늘 시린 음성이 꽃잎처럼 떨어진다.

 바람이 노는 소리 깊은 어둠 깨우는 날
 웅크린 그 목숨은 등 빛보다 더 시려도
 기도로 열린 가슴에 섬 하나를 껴안는다.
                                   (2002년)


  (시작 노트)
                
 내가 제주도 서귀포에 살 때, 동박새를 꽤 자주 만났다. 우리 집 뜰에 동백나무를 심어서 가꾸었는데, 꽃이 필 적이면 동박새가 찾아와서 온종일을 놀았다. 몸길이가 10㎝ 정도나 될까. 보면 볼수록 작아서 귀엽다. 울릉도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동박새는 등이 황록색이고, 가슴은 황적색이며, 배는 흰색이다. 또 날개와 꽁지는 녹갈색이다. 작은 나뭇가지 사이에 둥지를 짓는다. 그 모양이 흡사 막걸리 술잔 같다. 산란기는 늦봄(5월에서 6월)이고, 4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동박새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제 딴에는 멋을 한껏 부리느라고 흰 테 안경을 쓰고 있다. 자세히 보면, 흰 털이 돋아서 눈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한자로는 ‘백안작’(白眼雀)이라고 부른다. 즉, ‘눈이 하얀 참새’라는 뜻이다.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번식기간에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있지만, 번식이 끝나면 각자가 자유로워진다.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좋아한다. 물론, 겨울에 피는 매화의 꽃도 찾는다. 그러나 먹이가 풍부한 계절에는 곤충이나 거미류를 주로 먹는다. 동박새는 보통 ‘찌이 찌이’ 노래한다. 한편, ‘킬 킬’하고 호들갑을 떨 때는 경계를 한다는 뜻이다. 동박새는 텃새이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과 일본에 분포하고, 특히 남해안의 섬 지역과 제주도․울릉도․거제도 지역에 많다. 상록수가 우거진 곳에서는 쉽사리 만날 수 있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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