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박달나무
김 재 황
주름살 가로 접고 허리 굽혀 줍는 햇살
오르고 또 올라도 끝 안 보이는 숲길에
야무진 우리 성품이 남루를 두르고 선다.
추위와 배고픔을 품에 안고 꿈을 꾸면
여린 불빛 감싸고서 막을 여는 삶의 무대
징 소리 넓은 바람만 객석 가를 맴돈다.
인고로 닦은 몸이 무늬 빚어 쓰리던가,
가벼운 입성 걸친 말도 버린 내핍으로
저만큼 영혼이 먼저 제 갈 길로 접어든다.
(2002년)
(시작 노트)
우리나라에는 박달나무가 흔하다. 전라도와 황해도를 제외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쉽사리 자생하는 박달나무를 만날 수가 있다. 박달나무는 자작나뭇과에 딸린 큰키나무이다. 줄기는 회흑색을 띤다. 비교적 오래 살고 추위를 즐긴다.
설악산이나 묘향산 부근에는 특히 박달나무가 많다. 옛날에는 문경새재에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가요 중에 ‘천둥산 박달재’라는 구절이 있는데, 아마도 그 고개에 박달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박달나무의 한자명은 ‘단목’(檀木)․‘박달목’(朴達木)․‘초유’(楚楡) 등이다.
박달나무는, 목재의 무늬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빛깔이 연한 홍색이고 치밀하다. 그렇듯 단단한 특성이 있기에 예로부터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특히 방망이는 박달나무로 만들었고, 옛날에 포졸들이 들고 다니던 육모 방망이도 그 재료가 박달나무였다.
잎은 어긋맞게 나고 끝이 뾰족한 달걀 모양이다. 6월쯤에 누른빛의 단성화가 수상(穗狀) 꽃차례로 핀다. 암수한그루이다. 열매는 9월에 익는다.
박달나무의 종류로는 박달나무를 비롯하여 개박달나무․물박달나무 등이 있다. 나는 요즘에 서울의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우면산을 자주 찾는다. 그곳에는 물박달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물박달나무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도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는 줄기의 회갈색 겉껍질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모습이 마치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듯하기에 방랑하고 있는 ‘녹립 시인’을 떠올리게 된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