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원앙새
김 재 황
나직이 섬을 돌아 강으로 내리는 소리
이제야 지친 깃을 숨결 재워 포개는가,
잘 닦인 물빛 거울에 고운 사랑 보인다.
웃는다, 연꽃처럼 인연의 매듭을 짓고
나란히 채색된 기쁨 함께 가슴에 두르는
잊었던 순결한 꿈이 습지에서 피어난다.
늪지 빈 물소리가 마음을 부르는 몸짓
높은 나무 빈 구멍에 담기는 목마름이여
조용히 목숨 여미면 햇빛 함빡 내린다.
(2002년)
(시작 노트)
몇 년 전, 나는 이 원앙새를 철원 습지에서 만났다. 몸길이는 50㎝ 정도인데, 수컷이 아름답다. 수컷은 여러 늘어진 댕기, 밝고 환한 벽색의 눈둘레, 오렌지색 경측(頸側)의 수염 깃, 자갈색의 위 가슴에 엿보이는 노란 옆구리와 위로 올라간 모습의 선명한 오렌지색 부채꼴 날개 깃털 등을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하면 암컷은 수수하다. 몸빛은 갈색을 띤 회색으로 얼룩지며, 아랫면은 흰빛을 보인다. 선명한 흰색의 눈 둘레와 흰 빛깔의 턱 밑이 독특하다.
원앙새도 텃새와 철새의 두 형태가 있다. 우리나라 전국의 산간 계류에서 번식한다. 그러나 만나기는 쉽지 않다. 겨울에는 철새인 원앙새들이 남쪽으로 내려온다. 그러므로 봄과 가을의 이동기에는 각처에서 원앙새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여름에는 몇 마리씩 무리를 지어서 활엽수가 우거진 계류나 물이 괸 습지, 또는 숲속의 연못 등에서 산다. 낮에는 사람 등의 눈을 피해서 주위가 잘 가려진 나무 밑이나 나뭇가지에 올라앉아 머리를 등에 올린 채로 한쪽 다리를 들고 잔다.
주로 풀씨나 나무 열매를 먹고, 달팽이와 작은 민물고기도 잡아먹는다. 큰키나무(4m에서 10m)의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나무 구멍에 10개 내외의 알을 낳는다. 포란 기간은 30일 정도이다. 부화된 새끼는 둥지에서 밖으로 기어 나온 후, 높은 나무 위에서 땅으로 뛰어내린다. 그리고 곧 먹이를 찾는 활동에 들어간다.
생긴 모습과는 달리, 이 새의 우는 소리는 별로여서 ‘꾸륵 꾸륵 꾸륵 꾸엑 꾸엑 꾸엑’ 한다. ‘인제’(隣提)․‘파라가’(婆羅迦)․‘필조’(匹鳥) 등의 별칭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