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버들치
김 재 황
급하게 흐르던 길 잠시 쉬며 가슴 쓰는
산 그림자 맑은 자락 한가로운 수면 아래
황갈색 작은 목숨이 고운 춤을 엮고 있다.
점잖고 온순해서 큰 믿음을 안고 사니
옹기종기 터를 잡아 입을 모은 태평성대
산바람 지친 마음도 멈춰 서서 웃고 있다.
발 젖은 버드나무 무슨 생각에 잠기나,
그 친한 이름 하나 짙은 그늘로 감싸고
조금 더 다가앉아서 그려 보인 물나라 꿈.
(2002년)
(시작 노트)
산속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 비교적 만나기 쉬운 물고기가 버들치이다. 이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보다 별명이 많다. 몇 개만 소개해 보면, ‘뻐들이’ ‘중태기’ ‘버들챙이’ ‘중타리’ ‘까만 피리’ 등이다. 이처럼 이름이 많다는 것은, 예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음을 의미한다.
버들치를 만나 보면, 그 생김새가 의외로 수수하다. 오히려 다른 민물고기보다 추레한 모습이다. 그런데 어떻게 큰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이 물고기의 온순한 성품 때문인 성싶다. 개울에서 노니는 버들치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버들가지 그늘 밑에서 이리저리 몰려다닐 때는,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는 모습처럼 보일 때가 많다.
버들치의 특성 중 하나는, 먹성이 아주 좋다는 점이다. 이 물고기는 잡식성으로 무엇이든지 잘 먹는다. 또 어찌나 많이 먹는지, 알을 밴 것처럼 배가 불룩해질 때도 있다. 수족관에서 기를 때에는 배합사료를 주어도 싫다고 하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는다고 한다.
보통은 계곡의 맑은 물에 살지만, 어쩔 수 없이 2급수의 하천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죽지 못해 사는 그 모습이 안쓰럽기 이를 데 없다.
우리나라 압록강 이남의 서해안 및 남해안으로 흐르는 모든 하천과 경상북도 오십천 이남의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하천에 분포한다. 버들치와 아주 비슷한 물고기는 버들개이다. 그러나 버들치는 머리가 뾰족하고, 버들개는 꼬리가 길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