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쉬리
김 재 황
몸을 그저 움직이면 고운 물살이 흥겹고
황색 띠와 흑색 띠가 어울려서 춤이 된다,
막 열린 강의 무대에 관객들은 없어도.
체형이 가느다랗고 작은 물고기이지만
네가 머무는 곳에선 물소리도 크게 난다,
이름 곧 ‘꽃피리’되어 우리 강에 수를 놓는.
(2002년)
(시작 노트)
쉬리는 아름다운 물고기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름이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름을 제목으로 붙인 영화가 크게 흥행이 되면서 순식간에 유명 물고기가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쉬리의 이름은 알면서도 정작으로 생김새는 잘 알지 못한다.
쉬리는 돌고기와 비슷하다. 보통 사람들은 이 두 물고기를 구별하기 어렵다. 두 물고기 모두 모래무지아과에 속하며, 맑은 물에 산다. 현재의 출현 빈도는 돌고기가 2.14%이고 쉬리는 1.38%이어서 돌고기가 조금 더 흔한 편이다. 크기도 돌고기가 조금 더 크다. 즉, 돌고기는 13㎝ 안팎이고, 쉬리는 10㎝ 안팎이다.
하지만 쉬리는 우리나라에만 사는 한국특산 민물고기이다. 그 반면에 돌고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도 분포한다. 겉으로 보아서, 원통형에 가까운 모습이 둘 다 비슷하다. 그러나 조금 더 배가 부른 물고기가 돌고기이다. 게다가 돌고기는 한 쌍의 입수염을 지녔다. 쉬리는 아래턱이 위턱보다 짧다.
쉬리는 등 쪽이 검은빛이고, 머리 쪽은 갈색이다. 옆줄이 있는 가운데에 폭이 넓은 황색 세로띠가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해서 배 쪽은 은백색이다. 그런가 하면, 머리의 옆면에는 주둥이 끝으로부터 눈을 통해서 아감덮개에 이르는 흑색 띠가 있다.
물이 맑고 바닥에 자갈이 깔린 하천의 중류와 상류에 산다. 식성은 육식성이고, 오염된 물에서는 살기 어렵다. 삼척 오십천과 거제도와 남해도 등에도 분포하는데, 특히 경북 의성군 지방에서는 쉬리를 ‘꽃피리’라고 부른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