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은어
김 재 황
끈끈하게 들러붙는 저 바다의 파도 소리
온몸에 소름 돋듯 그리움을 몰고 오면
물길을 거슬러 올라 봄빛 가득 안아 본다.
거센 물살 가로막는 돌멩이를 찾아가서
푸르거나 검은 이끼 부드럽게 피어날 때
마음껏 만찬을 즐기면 짙어 오는 수박 향기.
아무리 외로워도 바다로 가지 말아라,
짜지 않은 민물에서 순한 마음 가꿔 가며
호수의 육봉 은어로 일평생을 살거라.
(2002년)
(시작 노트)
나뭇잎이 물드는 가을이 되면, 은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혼합되어 염분을 조금 지닌 하류로 내려가서 알을 낳는다. 그리고 알에서 깬 새끼 떼는 강물을 따라 바다로 들어가서 겨울을 난다. 그 후, 봄이 되면 새끼 떼는 다시 강물을 거슬러 올라온 다음, 민물에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 그래서 그 이름을 ‘연어’(年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은어는 바다에 있을 때와 강에서 살 때의 먹이가 다르다. 바다에 살 때는 동물성 먹이를 먹지만, 강물로 올라와서는 식물성 먹이를 먹는다. 즉, 바다에서는 요각류(橈脚類)나 엽각류(葉脚類) 등의 플랑크톤(plankton)을 먹이로 삼지만, 강에서는 남조류(藍藻類)와 규조류(硅藻類) 등의 담수조(淡水藻)를 먹는다.
‘담수조’란 다른 게 아니라, 특히 여름철에 냇물 밑의 돌에 붙어 있는 검은 이끼를 가리킨다. 밟으면 미끄러운 이 이끼가 바로 민물에서의 은어 먹이다. 그러므로 은어의 몸에서는 이 이끼의 냄새, 다시 말해서 수박 향기가 나게 된다. 그래서 은어를 ’향어‘(香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은어는 바다와 민물로 이동하며 산다. 그러나 민물에서만 살게 된 예가 있다. 이를 ‘육봉은어’(陸封銀魚)라고 한다. 이들은 저수지를 바다로 생각하며 산다.
은어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깨끗한 물고기이다. 흙탕물이 흘러드는 곳을 가장 싫어한다. 특히 부화 직후의 새끼 은어는 흙탕물에서는 곧 죽고 만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