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연시조 1편

시조시인 2022. 9. 5. 06:04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동사리

                           김 재 황



 숨죽여 달이 뜨는 저 음산한 물풀지대
 어둠을 밀고 가면 방어벽은 무너지고
 잘 꾸민 얼룩무늬에 사냥술은 빛이 난다.

 전혀 아름답지 않은 황갈색 그 몸뚱이
 납작한 머리 안에 무슨 생각 지녔을까,
 홍채로 흑반점처럼 고난사가 흩어진다.

 숨어서 지내는 곳 깊은 소는 아늑해도
 발소리 들릴 때면 ‘꾸구 꾸구’ 울음소리
 시린 듯 이빨 사이로 물거품을 들이켠다.
                                   (2002년)
              

  (시작 노트)

 동사리도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특산 민물고기이다. 분포지도 그리 넓지 않다. 주로 금강 이북에 살고, 특히 양평․인제․청평 등의 한강 수계에서 비교적 쉽게 발견된다. 물론, 북한에도 이 물고기가 살고 있다.
 이 물고기를 만나면, 무엇보다도 그 위장술에 놀라게 된다. 일반적으로 머리와 등 부분에 흑갈색의 얼룩무늬가 퍼져 있다. 그 모습 때문에 ‘민물의 그린베레’라는 애칭을 얻었다. 동사리는 생김새에 어울리게 사냥술이 뛰어나다. 낮에는 돌 틈에서 한가롭게 쉬고, 어둠이 깔리면 어슬렁거리다가 소리없이 큰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저으며 가까이 다가가서 수서곤충이나 새우나 작은 물고기까지 순식간에 잡아먹는다.      
 또 하나 동사리의 특징은 그 이빨이 상어처럼 돋아 있다는 점이다. 즉, 아가리 안쪽에 이빨이 여러 겹으로 돋았는데, 그게 모두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러므로 먹이를 한 번 물었다 하면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다. 그 무서운 능력에 걸맞게 ‘꾸구 꾸구’하는 울음 소리를 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모두가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노력일 뿐이다.
 동사리와 얼룩동사리는 구별이 어렵다. 다만, 그 이름이 의미하듯이 무늬가 약간 다르다. 즉, 동사리는 첫 번째 얼룩무늬가 제1 등지느러미와 제2 등지느러미 사이에 있고, 얼룩동사리는 그 무늬가 제1 등지느러미 바로 아래에서 시작되지만, 중간에 끊어져 있다. 이들은 눈의 홍채(虹彩)에 작은 흑반점을 지닌다. 물이 깊은 소(沼)에 산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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