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연시조 1편

시조시인 2022. 9. 2. 06:59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굴뚝새

                         김 재 황



 뒷동산 저문 숲에 작은 몸을 숨겼는가,
 비단결 지닌 바람 그 날개에 스며들면
 어느덧 시린 물소리 더운 가슴 식힌다.

 꽁꽁 언 마음자리, 함박눈이 와서 덮고
 나직한 굴뚝마다 입김 같은 연기인데
 꽁지깃 다 빠져버리듯 상사병도 앓는다.

 고향을 지키면서 소리 죽여 울음 끌면
 귀 적신 습지의 잠, 그 너머 멀어지는 꿈    
 새벽 별 맑은 울음을 부리 안에 굴린다.
                                   (2002년)

 


  (시작 노트)
                     
 굴뚝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텃새이다. 주로 나무가 우거진 산간 계곡의 바위틈이나 엉성한 돌담 사이에 살며, 작은 틈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거미나 곤충들을 잡아먹는다. 곤충으로는 특히 나비나 파리, 그리고 딱정벌레 등을 좋아한다.
 이 새는 단독으로 사는 것도 있고, 암수가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참새보다 작아서, 몸길이는 10㎝ 정도이다. 그러니 귀여울 수밖에 없다. 꼬리를 하늘로 당겨 세우고 날개 밑으로 반쯤 늘어뜨린 채, 머리를 치켜들고 애교를 부리느라 몸을 젖히기도 한다. 또 뛰어다닐 때는 꼬리를 세우고 허리를 좌우로 흔든다. 날아다니는 모습도 귀엽다. 날개를 빠르게 움직이며 직선으로 땅 위를 스치듯이 난다.
 우거진 떨기나무의 깊은 품이나 처마 밑, 그리고 암벽의 틈 등에 이끼류로 둥근 둥지를 만든 다음, 그 위에 털이나 깃털을 깐다. 알에는 적갈색 반점이 있다. 대여섯 개를 낳는다. 약 보름 동안을 포란하고, 또 보름 정도를 육추한다. 수명은 보통 6년 정도이다.
 이 새의 몸 빛깔은 수수하다. 몸 전체가 어두운 갈색에 검은색의 조밀한 가로무늬를 보인다. 앉아 있을 때는, 무슨 이유인지, 꼬리 끝을 세우고 있다.
 굴뚝새는 명금류(songbirds)이다. 번식기에는 더욱 아름답게 노래한다. 날아가면서도 ‘찌리리 찌리리’ 하고 작은 소리로 흥얼댄다. 나뭇가지 위에서 꼬리와 부리를 위로 치켜세우고 몸을 뒤로한 채로 ‘찌찌 쫏쫏 찌찌 쪼로로로로’하고 목청을 뽑을 때면 모두가 넋을 잃는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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