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섹 세상] 편
콩제비꽃 그 숨결이
김 재 황
어디서 날아왔는지 작디작은 씨앗 하나
마당 가 분(盆)에 떨어져 작은 부리 내밀더니
여름내 깃을 다듬어 그 숨결이 뜨거웠다.
가을도 기울었는데 엷디엷은 푸른 줄기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방(房) 안으로 옮겼더니
겨우내 날갯소리에 꿈자리만 차가웠다.
(2002년)
(시작 노트)
빈 화분에 화초를 심으려고 흙을 담아 놓았는데, 어느 날인가 보니 아주 귀여운 풀이 수북하게 돋아나 있었다. 아, 그 빈 화분에 그렇듯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반가우면서도 신비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았다. 그 풀은, 다름 아닌, 콩제비꽃이었다. 그동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건만, 어느새 꽃망울까지 내보이고 있었다.
콩제비꽃은 일명 ‘콩오랑캐’ 또는 ‘조갑지나물’이라고 한다. 그 이름에 ‘나물’이 붙었듯이, 그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는 부인병 등의 약으로도 사용한다.
콩제비꽃은 꽃보다도 그 잎이 예쁘다. 뿌리잎은 콩팥 모양이고, 줄기잎은 넓은 염통 모양이다. 낮은 지대의 습한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작으면 5㎝ 정도이고, 크면 20㎝ 정도까지 자랄 수 있다.
꽃은 봄에 핀다. 꽃이 희고, 엽액(葉腋)에서 나온 긴 화경(花梗)에 1개씩 달린다. 꽃잎은 9㎜ 안팎인데, 측판(側瓣)에 털이 있고, 순판(脣瓣)에 자줏빛 줄이 있다. 물론, 콩제비꽃도 제비꽃 종류이니만큼 ‘거’(距)를 지니고 있다. 그 크기가 3㎜ 정도이다. 이 ‘거’는 바람이 불 때 ‘배의 키’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꽃잎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