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마음까지도
김 재 황
나무들 사이마다 물바람이 채워지면
깊숙이 들어앉아 눈을 감으시는 내 임
언뜻 본 알몸뚱이가 산안개를 둘렀네.
풀잎들 머리 위로 물소리는 출렁대고
가득히 들이켜시면 피어나는 초록 향기
임 따른 마음까지도 산빛으로 닦이네.
(2002년)
(시작 노트)
‘삼림욕’(森林浴)이란, 숲으로 들어가서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에 싸여 몸과 마음을 휴양하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삼림욕으로 병의 직접적인 치료 효과도 얻는다.
우리가 숲으로 들어가면 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이는 곧 ‘테르펜’(Terpen)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이다. 테르펜은 정유(精油)에 들어 있는 한 무리의 ‘탄화수소’이다. 특히 이 물질은 소나무에 많다. 지금까지 약 140 종류의 테르펜 종류가 알려져 있고, 이들 테르펜류는 박테리아․곰팡이․기생충․해충 등을 죽이거나 발육․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자연 속의 살충제․살균제․방부제라고 할 수 있다.
테르펜은 휘발성이고 액화되는 성질이 있어서 우리의 몸 깊숙이까지 흡입할 수 있다. 테르펜계 물질의 약리효과는 피부 자극․소염․소독․혈압 완화 등이고, 거담제․항히스타민제․강장제․피로 회복제 등의 약재로도 활용된다.
구(舊)소련 레닌그라드 대학의 토킨(B. T. Tokin) 박사는 숲이 만들어 내는 정유를 포함한 테르펜 물질과 살균 성질을 가진 모든 화합물을 총칭해서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과 균을 죽인다는 뜻의 ‘치드’가 합성된 말이다.
나는 서울대공원의 삼림욕장을 자주 찾는다. 그곳의 커다란 물오리나무는 항상 정답게 나를 맞는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