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연시조 1편

시조시인 2022. 9. 9. 20:40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풀밭에 서서

                           김 재 황

 



 뛰노는 어린 마음 벌거벗은 몸짓으로
 바람에게 손을 잡혀 들깻잎을 흔든 향기
 어릴 적 검정고무신이 고향 들녘 찾는다.

 소매로 코를 닦고 휘파람도 부는구나,
 냇물처럼 발을 맞춰 물소리 그냥 이끌면
 좁다란 마을 둑길에 미루나무 서서 본다.

 피어난 하얀 웃음 잃지 않은 표정이여
 들국화는 모여앉아 소꿉놀이 펼치는데
 꿈 밖에 도깨비바늘만 바짓부리 잡는다.
                                   (2002년)


  (시작 노트)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다고 해도 모든 풀은 아름답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털여뀌’만 하더라도, 자세히 그 꽃핀 모습을 살펴보면 홍자색 작은 꽃들이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또 줄기에 작은 가시를 무수히 지니고 있다고 해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을 얻은 이 풀도, 여름이면 연한 홍색의 꽃을 피우고는 수줍은 듯이 다가선다.
 게다가 그렇게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풀들이 의외로 우리의 병을 치료해 주는 약 성분을 많이 지니고 있어서 놀랄 때가 많다. 즉, 봄이면 꽃을 피우는 ‘민들레’는 위를 건강하게 해주고 변비와 소화불량 등을 낫게 한다. 그 흔한 ‘닭의장풀’은 꽃이 핀 줄기를 말렸다가 끓인 물에 넣은 다음에 목욕하면 신경통에 좋고, 또한 여름에 붉은 솔 같은 꽃을 보이는 ‘엉겅퀴’는 부종이나 출혈 등의 치료 약으로 쓰인다. 그 외에도 ‘구절초’는 신경통과 중풍 등에 좋고, ‘둥굴레’는 폐렴과 당뇨병 등에 뛰어나며, ‘짚신나물’은 대하증과 기생충 등의 약재로 쓴다. 그리고 ‘부들’의 꽃가루는 탈항의 약이고, ‘꿀풀’의 꽃이삭은 고혈압의 약이며, ‘용담’의 뿌리는 습진의 약이요, ‘범부채’의 줄기는 편도선염의 약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개울가에 수북하게 자라난 풀들은 생활의 오수를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아, 그 풀들이 우거진 고향으로 가고 싶다. 그 풀들과 어울려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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