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조금만 더 나무에게
김 재 황
네 귀를 조금만 더 나무에게 열어 보렴
잎들이 전하는 말을 조금은 들을 수 있지
하늘이 전하는 음성
그때 겨우 알 수 있지.
네 눈을 조금만 더 나무에게 향해 보렴
꽃들이 그리는 춤을 조금은 즐길 수 있지
바다로 나가는 율동
그때 겨우 볼 수 있지.
네 손을 조금만 더 나무에게 주어 보렴
열매들이 익는 뜻을 조금은 짚을 수 있지
이웃을 껴안는 방법
그때 겨우 배울 수 있지.
(2002년)
(시작 노트)
나무는 우리에게 너무나 귀한 존재이다. 나무 없이 우리가 단 하루라도 살 수 있겠는가. 그런 직접적인 혜택은 접어 두고라도, 우리는 나무로부터 참으로 많은 지혜를 얻는다.
나무의 잎은 늘 땀을 흘리며 일한다. 그 잎들이 부지런히 일해서 나무를 크게 키운다. 그 잎의 말을 들을 수만 있다면 당장에 우리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게다. 또한, 그 꽃들은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운가. 게다가 이 꽃들이 바람을 타고 엮어 내는 춤은 얼마나 율동적인가. 이 꽃들의 예쁜 모습을 닮을 수만 있다면 우리 삶은 더욱 아름다워질 거다.
나무들이 빚어내는 열매들은 그야말로 ‘사랑의 결정체’이다. 그 열매들은 아름답고 맛도 있거니와, 다른 생명들을 위한 영양도 듬뿍 지니고 있다. 이 크나큰 이웃 사랑이 나를 감동으로 이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무는 성자(聖者)의 모습도 보인다. 한 늙은 뽕나무가 그 가지에 겨우살이를 얹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겨우살이는 뽕나무의 껍질 속에 그 뿌리를 단단히 박고 단물을 빨아먹는다. 이를 ‘상상기생’(桑上寄生)이라 한다. 얼마나 뽕나무가 괴롭겠는가. 그러나 뽕나무는 싫은 기색이 없다. 그저 그대로 놓아둔다. 희생적인 사랑이다. 그런데 그 못된 겨우살이가 요통이나 동상의 치료 약으로 쓰인다. 어쩌면 뽕나무의 그 큰 사랑에 겨우살이가 개과천선(改過遷善)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