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그대는
김 재 황
아무런 소리 없이 문을 여는 긴 오솔길
둥그런 솔 향기가 느린 걸음에 채이면
그대는 나를 보고 웃네, 보조개를 짓고 있네.
알뜰히 잎 사이로 햇살이 곱게 내려
상냥한 숲 바람과 서로 인사를 나눌 때
그대는 내 손을 잡네, 꿈에 안겨 눈을 감네.
시리게 강물 되어 세월은 앞장을 서고
가벼운 두 마음만 솔 그림자 타고 흘러
그대는 나에게 속삭이네, 귓바퀴가 간지럽네.
(2002년)
(시작 노트)
산책(散策)의 사전적 의미는 ‘한가한 마음으로 또는 가벼운 기분으로 이리 저리 거니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는 사색이라든가, 혹은 자유라든가 즐거움 같은 의미도 담겨 있다.
산책은 몸과 마음에 두루 유용하다. 산책하면 앉아 있을 때보다 두세 배 정도의 많은 산소가 섭취된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면 발바닥의 지압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산책은 대개 한적한 숲길로 나간다.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숲길을 걸으면 마음속의 무거운 근심도 말끔히 날아가 버린다.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그 얼마나 좋은가.
외국에서는 어린이들의 산책에 의한 자연학습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독일에서 가장 독특한 자연학습은 숲길 산책이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유치원 때부터 숲길 산책의 훈련을 시킨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4시간 이상의 숲길 산책은 보통이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인내심으로 걷는다. 그리고 그들이 초등학교 5학년쯤 되면 4박5일 정도의 숲 여행을 보낸다.
우리나라에도 산책하기에 좋은 숲길이 많다. 그중 2곳을 소개하면, 하나는 전나무가 우거진 월정사 입구의 숲길이요, 다른 하나는 전나무와 잣나무가 멋있게 어우러진 광릉수목원의 숲길이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