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큰 걸음을 내딛는다
김 재 황
긴 다리 넓게 편다, 미끄러운 수면 위에
어찌나 잔잔한지 맑게 비치는 하늘길
조그만 소금쟁이가 큰 걸음을 내디딘다.
둥근 잎 띄워 놓고 연꽃 웃는 한여름에
소나기 놀다 가고 바람도 지나간 다음
도저히 내가 못 따를 기적의 춤 내보인다.
(2002년)
(시작 노트)
소금쟁이는 크다고 해도 몸길이 3㎝를 넘지 않고, 작은 것은 그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몸빛이 대체로 검은 편이어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중에는 늙어서 몸빛이 갈색으로 변한 개체도 있다. 보기에 추레하다.
그런데 소금쟁이는 다리가 가늘고 길다. 그 발의 끝에는 가는 털이 돋아나 있다. 그 발은 보통 발이 아니다. 바로,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기적의 발’이다.
소금쟁이는 그 긴 발을 가볍게 놀리면서 수면 위를 걸어간다. 아니, 걷는 게 아니라, 마치 스케이트를 타듯이 미끄러진다. 어디 그뿐인가. 신이 나면 물 위에서 팔딱팔딱 뛰어다니기도 한다.
학자들은,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게, 표면장력(表面張力) 때문이라고 말한다. 표면장력이란, 액체가 스스로 수축하여 표면적을 작게 가지려고 하는 힘을 가리킨다. 다른 말로는 계면장력(界面張力)이라고도 한다.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소금쟁이의 몸이 그렇게 가볍지 않고 그 다리가 그렇듯 길지 않으며 또 그 발끝에 가는 털이 돋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리 날렵하게 물 위를 걸을 수 있겠는가.
나는 어린 시절을 고향인 파주의 시골에서 보냈는데, 그 당시에 못이나 개천으로 나가면 떼를 지어 물 위에서 놀고 있는 소금쟁이를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도 신기하여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