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눈마자 휘어진 대를/ 원천석
[원본]
눈마자 휘어진 대를 뉘라셔 굽다탄고
구블 節이면 눈속에 프를소냐
아마도 歲寒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역본]
눈으로 휜 대나무 굽었단 말 누가 하나,
굽게 될 절개라면 눈 속에서 푸를 건가,
추위를 이길 그 뜻은 너뿐일 것 같구나.
[감상]
원천석(元天錫)은 1330에 태어났고 떠난 해는 모른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걸친 학자이자 문인이다. 본관은 원주(原州)로, 자(字)는 ‘자정’(子正)이고 호(號)는 ‘운곡’(耘谷)이며, 문장과 학문이 뛰어났으나 벼슬자리에 한 번도 나가지 않고 고향에 묻혀 살았다. 치악산으로 들어가서 살았다고도 한다. 조선조 태종이 여러 번 불렀으나 나가지 않고 태종이 즉위하고 나서야 백의(白衣)로 임금을 만났다고 한다. 야사(野史) 6권을 저술하였으나 국사와 저촉됨이 있어 소각하였다는 말이 전한다.
이 작품에서 ‘눈’은 새 왕조에 협력하라는 ‘압력’을 나타내고 ‘휘어진 대’는 ‘절개를 지키는 고충’을 나타낸다고 본다. 그래서 ‘절개를 잃었다면 어찌 그 빛깔이 푸른 채로 남아 있겠느냐’라고 반문한다. 세한고절(歲寒孤節)은 ‘한겨울 추위에도 이겨내 낼 것 같은 절개’를 나타낸다. 이는, 고려 왕조에 대한 지은이 자신의 굳센 절개를 가리키는 것 같다. 말하자면, 대나무로 원천석 자신이 스스로를 표현했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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