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白雲은 簷下의 자고/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21. 12:23

52. 白雲 簷下의 자고/ 작가 미상

 

[원본]

 

白雲簷下의 자고 倦鳥林中의 진다

數村鷄犬野人家風味로다

人間世를 다 니자시니 어늬 벗이 차자 오리.

 

 

 

[역본]

 

흰구름은 처마 자고 지친 새는 숲속 잔다

시골에 닭과 개가 들사람 집 맛매로다

이 세상을 다 잊었으니 어느 벗이 찾아올까.

 

 

 

[감상]

 

  이 작품은 청구영언 심민본에 수록되어 있다. 말하자면 출전(出典)이 그렇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야인이라고 했으니 이 또한 선비임에는 틀림이 없다. ‘첨하처마 밑을 가리킨다. 그리고 권조지친 새를 나타낸다. 초장을 본다. 흰구름은 처마에 잔다는 게 무슨 말인가? 실제로는 처마 밑에 잔다.’라고 해야 하는데 소리걸음을 맞추기 위해서 말을 줄였다. 여기서 말하는 흰구름하늘에 뜬흰구름이 아니라 잡생각을 이르는 게 아닐까 한다. 중장으로 간다. ‘수촌계견몇몇 집으로 이루어진 마을의 닭과 개를 가리키는 성싶다. 말하자면, 노자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과민소국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다. 깊은 시골이라 사람은 만나기 어려워도 닭과 개는 쉽게 만날 수 있으니, 그게 바로 야인으로 사는 사람의 맛매라고 한다. 종장으로 간다. 그리 한가하게 지내고 있는데, 다만 마음이 안타까운 건 찾아오는 벗이 없는 일이다. 남자에게는 벗이 있어야만 살맛이 난다(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