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무서리 술이되야/ 작자 미상
[원본]
무서리 술이되야 萬山을 다 勸하니
어제 푸른닙히 오날아참 다불거다
白髮도 검길줄알냥이면 우리님도 勸하리라.
[역본]
늦서리가 술이 되어 온갖 산을 다 권하니
어제는 푸르던 산, 오늘 아침 다 붉구나
흰 털도 검게 할 거면 울 임께도 권하리라.
[감상]
이 작품은 그 착상이 놀랍도록 신선하다. 아무래도 산골에서 밭이나 가며 사는 그냥 서민은 아닌 성싶다. 작품의 흐름으로 보아서 산골에 은거하여 사는 선비가 분명하다고 본다. 이 작품에서 ‘무서리’는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를 나타내고 있다. 초장에서 늦서리가 내렸는데 산이라는 산에게 모두 권한다라고 했다. 왜 그럴까. 그 서리가 그냥 ‘서리’가 아니라 ‘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술’이란 원래 혼자 마시는 게 아니라 함께 마셔야 흥취가 있다. 그렇다. ‘권하는’ 멋이 있어야 한다. 그레서 늦서리가 변한 술을 산에게 스스로 권한다. 중장으로 가면 점입가경이다. 그 술을 받아마신 산이, 어제는 푸른 빛깔이었는데, 오늘은 술에 취하여 붉어졌다고 했다. 늦서리거 와서 단풍이 들었다는 표현을 이리 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종장으로 간다. 시조에서는 종장의 앞 구에 큰 힘이 실린다. 푸른 산이 붉게 됐다면, 흰 털도 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임에게 권하고 싶다고 했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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