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이바 이 집 사람아/ 정 철
[원본]
이바 이 집 사람아 이 세간 엇디살리
솟벼 다 따리고 죡박귀 다업괴야
하물며 기울 계 대니거든 누를 밋고 살리.
[역본]
여봐요 이 사람아 살림 이래 어찌 살까
솥 따위 다 깨지고 쪽박마저 다 없구나
게다가 술 취해 사니 누굴 믿고 살겠나.
[감상]
정철(鄭澈 1536~ 1593)은 조선 중기의 문인이며 문신이다. 본관은 연일(延日), 자(字)는 ‘계함’(季涵)이고 호(號)는 ‘송강’(松江)이다. 1561년에 진사시에 1등을 하고 이듬해에는 문과 별시에 장원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여러 관직을 지내고, 45세 때에 강원도관찰사가 되었을 때 가사문학의 대가로서의 기질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 후 55세 때는 좌의정에 올랐고 인성부원군(寅城府院君)에 봉해졌다고 전한다.
이 시조 작품에서 ‘솟벼’는 ‘솥 따위’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래서 그대로 따랐다. 또, ‘따리고’는 ‘깨뜨리고’의 뜻이라는데, 운율에 맞추기 위하여 ‘깨지고’로 바꾸었다. ‘죡박귀’는 ‘바가지’를 가리키는데, 나는 그저 ‘쪽박’으라고 했다. ‘다 업괴야’는 ‘모두 없구나’라는 뜻이다. 그리고 종장에 ‘기울 계 대니거든’이라는 말은,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고 다니거늘’이라는 뜻인 성싶다. 그래서 나는 이를 풀어서 그냥 ‘술 취해 사니’라고 소리걸음을 맞추었다. 어려운 서민들 살람살이를 표현했다고 본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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