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山中에 別味업셔/ 작가 미상
[원문]
山中에 別味업셔 草食을 爲業하니
不老草 먹을넌지 센마리 거머건다
一生이 無憂한 호중천에 늙을 뉘를 몰내라.
[역본]
산 속에서 별맛 없이 풋나물로 배 채우니
불로초 먹었는지 센 머리가 검어 간다
한 삶이 근심 없이 취하여 늙을 누굴 모른다.
[감상]
산 속에서 사는 즐거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요즘으로 치면 ‘나는 자연이다.’라고 소리치고 있는 셈이다.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초장을 본다. ‘별미업셔’는 ‘별맛 없이’라고 나는 보았다. ‘초식을 위업한’라는 말은 ‘풋나물을 주로 식사한다.’라는 뜻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중장을 본다. ‘불로초’는 이 세상의 권세 있는 사람이 모두 구하려고 야단인 풀이다. 풋나물만 먹다가 보니 그 중에 불로초가 석여 있었던지, 세어서 하얗던 머리가 검게 되어 간다라는 말이다. 이게 무슨 행운인가? 하얀 머리가 검아지는 것은 다시 젊어진다는 뜻이 아닌가? 종장으로 간다. ‘일생’은 ‘한 삶’이다. ‘무우한 호중천에’라는 말은 ‘아무 근심 없는 생활로 술 취한 가운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이를 소리걸음에 맞게 줄여서 그냥 ‘근심 없이 취하여’라고 했다. 그러니 누가 늙는지 알 수도 없고 알 리도 없다. 참으로 부러운 삶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은 ‘흥비부’(興比賦) 속에 수록되어 있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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