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半時인들 글려 보며/ 호 석 균
[원본]
半時인들 글려 보며 一刻인들 이졋스랴
春江細雨中에 鴛鴦새도 우셔드니
밤中만 孤枕冷淚을 님이 어이 알이요.
[역본]
잠시인들 그려 보며 잠깐인들 잊었겠나
봄철 강 내린 실비 저 원앙도 울었듯이
한밤중 외론 잠자리를 임이 어이 알겠나.
[감상]
호석균(扈錫均)는 풍류를 즐기던 선비라고 한다. 태어난 해와 이 세상을 떠난 해는 모른다. 다만, 그의 호(號)가 ‘수죽재’(壽竹齋)이며, 박효관이나 안민영과 함께 운애산방(雲崖山房: 흥선대원군의 후원을 받아서 필운대에 만든 장소)에 출입하던 가객(歌客)이라고 한다. 또, 중년이 되어서 입산수도한 승려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초장을 본다. ‘반시’와 ‘일각’이 모두 ‘아주 짧은 동안’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잠시’와 ‘잠깐’으로 풀기로 했다. 언제나 잊지 않고 늘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중장으로 간다. 사랑을 속삭일 봄철인데 강에 실비가 내리면 원앙이도 슬퍼서 운다고 했다. 어찌 안 그렇겠나? 금슬 좋은 그 원앙새의 슬픔을 알 것 같다. ‘춘강세우중’은 ‘봄철에 내리는 가랑비’를 말한다. 내 맘에 을씨년스럽게 다가온다. 이제 종장을 본다. ‘고침냉루’는 ‘차가운 밤의 외로운 잠자리’를 말한다. 그 외로움을 멀리 있는 임은 알 리가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시조시인 김 재 황)
'새 고시조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山中에 別味업셔/ 작가 미상 (0) | 2023.12.23 |
---|---|
반되불이 되다/ 신흠 (0) | 2023.12.23 |
한 밤듕 혼자 이러/ 이 정 환 (0) | 2023.12.23 |
사람이 한번 늘근後에/ 김 천 택 (1) | 2023.12.22 |
思郞을 모하 내니/ 조 재 호 (0) | 2023.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