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님그려 바자니다가/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1. 3. 06:25

172. 님그려 바자니다가/ 작가 미상

 

[원본]

 

님그려 바자니다가 을 베고 잠을 드니

덩싯 웃난 양이 번드시 뵈거고나

닓더셔 반기려하니 꿈이 나를 속여다.

 

 

 

[역본]

 

임 그려 거닐다가 창을 향해 잠이 드니

방실 웃는 그 모습이 번듯하게 보이기에

일어나 반기려고 하니 꿈이 나를 속였다.

 

 

 

[감상]

 

  초장을 본다. ‘바자니다가오락가락 거닐다가라는 뜻이다. ‘창을 베고가 좀 난해하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창을 벤다는 말인가? 나는 이를 창문 쪽으로로 이해한다. 왜냐 하면, 그리는 임이 혹시 오지 않을까 하여 그 기척이라도 들어 보려고 창문 쪽으로 머리를 둔 게 아닌가 여긴다. 그리고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잠이 들어 버렸다. 중장으로 간다. ‘덩싯덩싯대다.’라는 말인 것 같은데, ‘덩싯대다춤을 추듯이 팔다리를 자꾸 가볍게 놀리다.’라는 뜻이다. 이게 어째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저 방실이라고 풀었다. ‘양이모습이라는 말이고 번드시번듯하게이다. 임을 보려고 창가에 머리를 두고 누웠는데, 방실 웃는 모습으로 번듯하게 보이니 이건 소원 성취가 아닌가. 종장으로 간다. ‘닓더셔떨치고 일어나다라는 뜻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떨치고 일어나서 반기려고 하니 이게 꿈이 아닌가. 참으로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꿈이 사람을 속이는 일이 많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