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님그려 바자니다가/ 작가 미상
[원본]
님그려 바자니다가 窓을 베고 잠을 드니
덩싯 웃난 양이 번드시 뵈거고나
닓더셔 반기려하니 꿈이 나를 속여다.
[역본]
임 그려 거닐다가 창을 향해 잠이 드니
방실 웃는 그 모습이 번듯하게 보이기에
일어나 반기려고 하니 꿈이 나를 속였다.
[감상]
초장을 본다. ‘바자니다가’는 ‘오락가락 거닐다가’라는 뜻이다. ‘창을 베고’가 좀 난해하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창을 벤다는 말인가? 나는 이를 ‘창문 쪽으로’로 이해한다. 왜냐 하면, 그리는 임이 혹시 오지 않을까 하여 그 기척이라도 들어 보려고 창문 쪽으로 머리를 둔 게 아닌가 여긴다. 그리고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잠이 들어 버렸다. 중장으로 간다. ‘덩싯’은 ‘덩싯대다.’라는 말인 것 같은데, ‘덩싯대다’는 ‘춤을 추듯이 팔다리를 자꾸 가볍게 놀리다.’라는 뜻이다. 이게 어째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저 ‘방실’이라고 풀었다. ‘양이’는 ‘모습이’라는 말이고 ‘번드시’는 ‘번듯하게’이다. 임을 보려고 창가에 머리를 두고 누웠는데, 방실 웃는 모습으로 번듯하게 보이니 이건 소원 성취가 아닌가. 종장으로 간다. ‘닓더셔’는 ‘떨치고 일어나다’라는 뜻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떨치고 일어나서 반기려고 하니 이게 꿈이 아닌가. 참으로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꿈이 사람을 속이는 일이 많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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