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님니 갈적에 지환한작/ 작가 미상
[원본]
님니 갈적에 지환한작 쥬고 가시더니
자자는 갈지자요 환자는 돌아올 한자라
지금에 지환이 무소식한디 글을 설워 (하노라)
[역본]
임이 갈 때 지환 한 짝 전하고서 가시더니
‘지 자’는 간다는 뜻, ‘환 자’는 온다는 뜻
지금에 갔다가 온다는 소식 없어 그게 섧다.
[감상]
초장을 본다. ‘지환’은 ‘가락지’이다. 요새 말로는 ‘반지’이다. 그러나 그 이름이 반드시 ‘지환’이어야만 한다. 그 까닭이 있다. 중장으로 간다. 그 풀이가 거기에 있다. ‘지환’에서 ‘지’는 ‘갈 지자’(之字)라는 뜻이고 ‘환’은 ‘돌아올 환자’(還字)라는 뜻이란다. 이는 작가 자신이 만든 조어이다. 그러니까 ‘지환’은 ‘之還’이다. 그거야 자기 마음대로이다. 생각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그게 위안이 된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종장을 본다. 그렇게 여기고 기다렸는데 지금에 그 ‘지환’은 아무 소식도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환’을 주고 가기에 철썩처럼 믿었는데, 임은 도대체 ‘지환’을 왜 주고 갔다는 말인가.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정말 이럴 수는 없다. 지환, 즉 반지를 ‘사랑’을 나타내는 증표로 많이 쓰인다. 그 임은 갈 때 ‘사랑’의 증표로 지환을 주고 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여 마음을 태운다. 초점이 안 맞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애석한 일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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