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임보라 갈젹에는/ 작가 미상
[원본]
임보라 갈젹에는 검각도 평지런니
이별코 도라오니 지쳑니 철니오라
긔약을 기다리니 일개이 여삼츄라.
[역본]
임 보러 갈 때에는 험한 길도 평평터니
헤어져서 돌아오니 가까워도 아주 멀어
약속 말 기다리자니 한 순간이 삼년 같네.
[감상]
초장을 본다. ‘검각’은 ‘중국 사천성 검각현에 있는 지명’이다. 장안에서 촉나라로 가는 길에 소검과 대검 두 산 요해로 아주 험준한 곳이다. 임을 보러 갈 때에는 그런 험한 길도 걷기 쉬운 평평한 길로 생각되었다는 말이다. 어찌 그뿐이었겠는가. 구름을 타고 날아가듯 하였겠지. 입에서 휘파람이 절로 났을 걸로 여겨진다. 그 심정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장으로 간다. ‘지쳑니’은 ‘지척이’라는 말이다. ‘지척’은 ‘아주 가까운 거리’를 나타낸다. 그리고 ‘철니’는 ‘천리’이다. 임과 헤어져서 돌아오자면 어찌 멀기만 하겠는가. 걸음이 천 근처럼 느껴졌겠지. 그러니 아무리 가까운 길도 천 리나 되는 것처럼 멀었을 게 틀림없다. 종장으로 간다. ‘기약’이 무엇이었을까. 그야 물론,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었겠지. ‘일개이 여삼츄’는 ‘일각이 여삼추’(一刻 如三秋)인데 ‘아주 짧은 시간이 삼 년과 같음’을 가리킨다. 남기고 간 말을 믿고 기다리려고 하니 왜 그리 시간이 안 가는지 마음만 탄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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