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님의 얼굴을 그려/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1. 2. 06:43

168. 님의 얼굴을 그려/ 작가 미상

 

[원본]

 

님의 얼굴을 그려 벼맛희 브쳐두고

안자며 닐며 만지며 니른 말이

져 님아 멀이나 하렴은 내 안 둘 데 없어라.

 

 

 

[역본]

 

임 얼굴 그린 후에 머리맡에 붙여 두고

앉으며 일어나며 만지면서 이른 말이

저 임아 말이나 하렴 내 속마음 둘 데 없다.

 

 

 

[감상]

 

  초장을 본다. ‘벼맛희머리 맡에라는 뜻이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임의 얼굴을 그려서 머리밑에 붙여 두었겠는가. 마음으로만 그리는 게 아니라, 직접 얼굴을 그려서 붙여 두었다. 그것도 먼 발치가 아니라, 머리맡이다. 실행에 옮기는 힘이 강한 남자인 듯싶다.중장으로 간다. ‘안자며 닐며앉으며 일어나며라는 뜻이다. 머리맡에 두었으니 앉으나 일어나나 언제든지 임의 얼굴 그림을 볼 수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만질 수도 있다. 그러면서 그 금림의 임에게 이르는 말이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일까. 자못 궁금하다. 종장으로 간다. 임에게 무어라고 말이라도 해 달라고 한다. 그게 불가능한 일인 줄을 알면서도 그렇게 맗한다. 얼마나 간절하면 그렇게 하겠는지 나는 이해가 간다. 그 까닭은 속마음을 둘 데가 없기 때문이란다.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어느 성우가 곁에 있다면 무슨 말이라도 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이런 경우가 이 사람뿐이겠는가. 어디든지 많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