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님의 얼굴을 그려/ 작가 미상
[원본]
님의 얼굴을 그려 벼맛희 브쳐두고
안자며 닐며 만지며 니른 말이
져 님아 멀이나 하렴은 내 안 둘 데 없어라.
[역본]
임 얼굴 그린 후에 머리맡에 붙여 두고
앉으며 일어나며 만지면서 이른 말이
저 임아 말이나 하렴 내 속마음 둘 데 없다.
[감상]
초장을 본다. ‘벼맛희’는 ‘머리 맡에’라는 뜻이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임의 얼굴을 그려서 머리밑에 붙여 두었겠는가. 마음으로만 그리는 게 아니라, 직접 얼굴을 그려서 붙여 두었다. 그것도 먼 발치가 아니라, 머리맡이다. 실행에 옮기는 힘이 강한 남자인 듯싶다.중장으로 간다. ‘안자며 닐며’는 ‘앉으며 일어나며’라는 뜻이다. 머리맡에 두었으니 앉으나 일어나나 언제든지 임의 얼굴 그림을 볼 수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만질 수도 있다. 그러면서 그 금림의 임에게 이르는 말이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일까. 자못 궁금하다. 종장으로 간다. 임에게 무어라고 말이라도 해 달라고 한다. 그게 불가능한 일인 줄을 알면서도 그렇게 맗한다. 얼마나 간절하면 그렇게 하겠는지 나는 이해가 간다. 그 까닭은 속마음을 둘 데가 없기 때문이란다.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어느 성우가 곁에 있다면 무슨 말이라도 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이런 경우가 이 사람뿐이겠는가. 어디든지 많다. (시조시인 김 재 황)
'새 고시조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보라 갈젹에는/ 작가 미상 (1) | 2024.01.02 |
---|---|
님이 가려커날/ 작가 미상 (1) | 2024.01.02 |
입이라고 하는 것이/ 작가 미상 (0) | 2024.01.02 |
林泉을 집을 삼고/ 작가 미상 (1) | 2024.01.01 |
芍藥峰下 淸溪上에/ 작가 미상 (1) | 2024.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