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님이 가려커날/ 작가 미상
[원본]
님이 가려커날 셩닌결의 가소하고
가는가 마는가 窓틈으로 여어보니
눈물이 새암솟듯하니 風紙저저 못 볼너리.
[역본]
내 임이 가려고 해 성낸 결에 가라 하고
가는가 안 가는가 창 틈으로 엿봤더니
눈물이 샘솟듯 나서 풍지 젖어 못 보네.
[감상]
초장을 본다. ‘셩닌결의’는 ‘성낸 결에’라는 뜻이다. 임이 가려고 하기에 성이 나 있던 참이라, 그래 갈 테면 가라고 하였다는 말이다. 본심이 아니었음을 실토하고 있다. 임이 떠나겠다는대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가라고 말은 했지만 마음이 어둡고 무겁기 그지없다. 중장을 본다. ‘여어보니’는 ‘엿본다.’라는 말이다.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정말로 임이 가는지 안 가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설마 그렇게 말했다고 정말로 가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크게 자리 잡고 있을 터이다. 그래서 살짝 창문 틈으로 엿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한 가지이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해놓고, 후회하는 마음이 컸을 터이다. 그 심정을 여기 적어 놓았다. 종장으로 간다. ‘풍지’는 ‘문풍지’를 가리킨다. 나도 소리걸음에 맞춰서 그냥 ‘풍지’라고 했다. 종이로 만들었을 터인데, 문 틈으로 엿보다 보니 눈물이 샘솟듯 흘러서 종이가 젖는 바람에 볼 수가 없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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