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님이 가려커날/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1. 2. 21:19

169. 님이 가려커날/ 작가 미상

 

[원본]

 

님이 가려커날 셩닌결의 가소하고

가는가 마는가 틈으로 여어보니

눈물이 새암솟듯하니 風紙저저 못 볼너리.

 

 

 

[역본]

 

내 임이 가려고 해 성낸 결에 가라 하고

가는가 안 가는가 창 틈으로 엿봤더니

눈물이 샘솟듯 나서 풍지 젖어 못 보네.

 

 

 

[감상]

 

  초장을 본다. ‘셩닌결의성낸 결에라는 뜻이다. 임이 가려고 하기에 성이 나 있던 참이라, 그래 갈 테면 가라고 하였다는 말이다. 본심이 아니었음을 실토하고 있다. 임이 떠나겠다는대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가라고 말은 했지만 마음이 어둡고 무겁기 그지없다. 중장을 본다. ‘여어보니엿본다.’라는 말이다.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정말로 임이 가는지 안 가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설마 그렇게 말했다고 정말로 가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크게 자리 잡고 있을 터이다. 그래서 살짝 창문 틈으로 엿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한 가지이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해놓고, 후회하는 마음이 컸을 터이다. 그 심정을 여기 적어 놓았다. 종장으로 간다. ‘풍지문풍지를 가리킨다. 나도 소리걸음에 맞춰서 그냥 풍지라고 했다. 종이로 만들었을 터인데, 문 틈으로 엿보다 보니 눈물이 샘솟듯 흘러서 종이가 젖는 바람에 볼 수가 없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