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님그려 못살게하여/ 작가 미상
[원본]
님그려 못살게하여 밤은 길고 잠업셰라
녯사람 니르기를 相思곳하면 病된다하데
病들어 못살양이면 어이할고 하노라.
[역본]
임 그려 힘들어서 밤은 깊고 잠은 없다
옛 사람 이르기를 퍽 그리면 병 된다네
앓아서 못 살 것이면 어이 할까 겁난다.
[감상]
초장을 본다. 임을 그리는 마음이 너무나 힘든데 밤은 깊고 잠은 없는 상태다. 임이 그리우면 생각이 많다. 나를 언젠가 찾아오겠지 하는 마음을 지니다가도, 아니야 내가 찾아가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러면 그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밤은 더 길어지고 잠은 멀리 달아난다. 중장을 본다. ‘상사’는 ‘서로 생각하고 그리워 함’을 가리킨다. ‘곳’은 강세보조사이다. 그렇다. ‘상사병’이 있다. 이 병에 걸리면 고치기가 힘들다고 한다. 마음이라는 게 몸을 가지고 논다고 해야 할까.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요상하다. 종장으로 간다. ‘못살양이면’은 ‘못 살아갈 형편이면’이라는 뜻이다. 누구든 겁이 덜컥 날 게 뻔하다. 그러나 그 마음을 제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사병이 무섭다는 사실을 알 사람은 안다. 또, 젊어서 그런 병에 걸려 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철이 나면 그런 마음도 수그러든다. 그러면 그때 내가 왜 그랬지 하는 마음이 오게 된다. (시조시인 김 재 황)
'새 고시조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님니 갈적에 지환한작/ 작가 미상 (1) | 2024.01.03 |
---|---|
님그려 바자니다가/ 작가 미상 (1) | 2024.01.03 |
임보라 갈젹에는/ 작가 미상 (1) | 2024.01.02 |
님이 가려커날/ 작가 미상 (1) | 2024.01.02 |
님의 얼굴을 그려/ 작가 미상 (0) | 2024.01.02 |